조정훈 원장의 원장실 경영학 - 가격의 종류
동문들로 모인 단톡방이 있다. 각 개인의 근황 외에도 세상 사는 이슈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 뉴스 다음으로 자주 보는 ‘집단지성의 장’이기도 하다. 그중에는 매일 기상정보를 올리는 ‘날씨 요정’도 있다. 하다 보니 어쩌다 어른이 되듯 어쩌다 날씨 요정이 됐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날씨 수다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더운 여름에 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왜 서로 가격이 다른가도 웬 논쟁이 붙었다. 만약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7000원에 판매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5500원에 판매한다면 단순히 원가가 1500원이나 차이가 난다고 믿을 수 있을까? 얼음 조각의 가격이 1500원이나 하나?
이때 테일러(Richard H. Thaler)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거두로 ‘거래효용이론’을 발표하며 이를 풀이할 실마리를 안긴다.
1) P0: 유보 가격 - 어떤 제품을 살 때 소비자가 부담할 용의가 있는 최고가를 말한다. 즉 유보 가격은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주관적 가치와 지불 능력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근사한 스테이크 한 접시 가격이 평소 5만 원이 아닌 20만 원이라고 하자. 그래도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크리스마스이브라는 특별한 날 등을 고려해 유보 가격을 높인 소비자는 20만 원의 가격을 인정하고 지불할 것이고 그저 고기는 고기 아니냐며 유보 가격을 낮게 매긴 소비자는 비싸다는 판단으로 다른 곳을 알아볼 것이다.
2) P: 지불 가격 - 실제 지불된 가격
3) P*: 준거 가격 - 소비자가 물건값의 고가와 저가를 판단하는 기준가격이다. 준거 가격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조사하기가 어렵다. 이를테면 어른의 양복 상하 한 벌이 50만 원인데 고등학생 교복 한 벌이 45만 원이라면 준거 가격 50만 원에 비해 학생 교복은 비싼 것이 된다. 그런데 코코샤넬이 만든 명품 교복으로 소문이 났다면 샤넬의 다른 양복이 준거 가격이 되며 학생 교복은 싼 편이 된다.
총 효용은 물건을 얻은 획득 효용과 거래효용의 합을 뜻한다. 만일 편의점의 OB 라거 캔맥주 가격이 1000원이고 이를 지불 가격 1000원에 샀다면 준거 가격은 1000원 정도이고 기대한 것도 없으니 획득 효용만 발생한다. 그러나 신라호텔이 평일 OB 라거 1병을 15000원이라 했다가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5000원에 판매한다면 준거 가격 15000원보다 싸다고 생각될 것이다. 이 경우 획득 효용과 높은 거래효용이 발생돼 총 효용은 증가한다.
4) 최저 수용 가격: 가격이 낮으면 고객은 좋아하나 최저 수용 가격 아래의 가격은 고객에게 품질에 대한 의심을 받게 된다.
5) Loss aversion: 가격을 5% 인하하면 판매량이 5% 이상 증가하나 가격을 5% 인상하면 판매량이 20~30% 감소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손해를 더 크게 회피한다는 개념이다.
6) 웨버의 법칙: 저가 상품은 조금만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인지하는 반면에 고가 상품은 어느 정도 가격이 올라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더운 여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비싼 가격은 커피만을 얻은 ‘획득 효용’보다 에어컨이 좋은 카페와 목이 마른 상태의 고객에게 커피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거래 효용’이 포함된 가격이기에 소비자들이 불만 없이 마시는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드는 고민이 있다. 카페가 커피 이외의 혜택과 즐거움을 주고 있는 가운데, 치과에서는 진료 이외에 무엇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