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치주인대에서 배운다
기차역에 서서 KTX열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열차가 나에게 달려드는 느낌과 함께 압도적인 크기와 무게에 두려움이 밀려오며 나도 모르게 철로에서 뒤로 한 발자국 멀어지게 된다.
전체 20량으로 연결된 KTX(고속열차)는 자체 무게만 700톤에 달한다. 10량짜리 KTX-산천은 이보다는 가볍지만 그래도 400톤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무게 때문에 철로와 바퀴간의 마찰로 쇠로된 바퀴에 마모가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열차의 바퀴는 안쪽직경이 바깥직경보다 크고 철로와 닿는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바퀴 부위도 안쪽직경이 바깥보다 큰 경사진 바퀴형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탈선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마모된 바퀴를 다듬어 원래 형태로 정비를 해야 한다, 이런 육중한 쇠끼리 만나는 곳은 주변에서 힘을 분산하고 완충작용을 하는 부위가 있어야 파손이 적게 발생한다. 차체에는 스프링을 사용하고 철로에는 침목과 자갈을 사용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즘엔 나무대신 콘크리트로 된 것을 사용하지만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자동차도 역시 비슷하다. 땅이 철로 보다 더욱 더 울퉁불퉁하니 차체에 완충작용을 하는 장치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할 것이다. 바퀴도 고무로 만들고 쇼크옵서버도 설치하고 그래야 차를 타는 사람을 충격에서 보호하고 차체도 보호가 될 것이다.
이렇듯 육중한 무게든 가벼운 무게든 서로 부딪히는 부위가 있으면 그 주변에 완충작용을 하는 부위가 있어야 된다.
비단 물질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한이 만나는 부위, 휴전선이 있는 주변으로 남북으로 2km씩 비무장지대를 둔 것도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된다. 힘과 힘이 만나는 부위에 완충작용을 하는 DMZ가 없다면 수시로 총격전이나 힘의 충돌이발생할 것이다.
그럼 치아와 치아가 만나는 부위는 어떨까? 이곳도 힘과 힘이 부딪히는 부위라고 본다.
우리가 씹는 힘은 얼마나 될까?
최대 저작력을 갖는 어금니는 남자가 보통 53∼64Kg, 여자는 35∼44Kg 정도이며 최대한 440Kg 정도의 힘도 생긴다고 한다. 이런 저작력은 앞니에서 뒤쪽의 구치부 쪽으로 갈수록 커진다. 연령대별로는 어린 아동에서 청년기까지는 나이가 들면서 최대 저작력도 따라 증가하게 된다.
당근과 같은 단단한 음식을 씹을 때는 치아에 약 14Kg 정도의 힘이 가해지며, 고기와 같은 연한 음식은 약 7Kg 정도의 교합력이 가해진다. 한국일보에 실린 글을 보면 ‘현대인을 1로 잡았을 때 약 2000년 전 사람은 지금의 6.4배나 된다.
물론 개인차가 많아 동시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씹는 힘이 일정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가 내려옴에 따라 씹는 힘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12세기 사람은 현대인의 4.3배, 17~18세기 사람은 1.6배나 되었다.’고 한다.
현대인의 저작력이 많이 감소했다고 해도 구치의 씹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이런 힘이 부딪히는 부위에 치주인대와 같은 완충작용 부위가 없다면 우리의 치아는 다 깨지고 파괴가 될 것이다.
우리치과의사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강한 힘과 힘이 부딪히는 것은 파괴를 일으키고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 한다는 것을 배운다.
강한 힘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하면 교두가 심하게 마모되거나 떨어져나가고 치경부가 파이기도 하면서 치아자체가 파손되는 일이 생긴다. 저작력을 완충해주는 치주인대가 과도한 힘 때문에 치주인대 자체에 손상이 오기도 하고 치조골의 파괴를 가져오기도 한다.
힘을 분산하거나 완충작용이 충분히 된다면 소중한 구강조직의 파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임플란트의 최대 단점도 완충작용을 효과적으로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치과의사의 학습에 따른 이러한 교육이 사회생활에서도 힘과 힘이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고 완만하게 유지하는 밑거름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선생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완충작용과 서로 돕는 상호작용이 이 나라에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