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탈MBA] 좋은 운을 만드는 공간의 가치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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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공간이 갖는 가치에 대해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집을 살 때는 기왕이면 좀 더 넓은 평수를, 남향에 볕이 잘들고, 편리한 주변환경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며 어렵게 선택을 하면서도, 살면서는 그렇게 염두하고 심사숙고해 고른 집을 창고인 양 물건을 쌓아 놓고 살기 십상이다. 정리해야 할 물건들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어느 정리 컨설턴트의 이야기로는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할 지 고민을 하다 결국 물건을 정리하지 못해 넓은 집으로 이사를 고려하다가 정리 컨설턴트를 찾아오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 말을 되짚어 보면 물건을 둘 곳이 없어서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이니 기회 비용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회 비용이란 여러가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했을 때 그 대신 포기해야 하는 것을 가치로 환산한 비용을 이야기한다. 치과의 공간도 다르지 않다. 처음 개원을 할 때는 유동인구는 어느 정도인지, 동선은 잘 나올지, 평수는 어느 정도인지 등 고려하는 것들이 아주아주 많다.
정말 힘들게 장소를 결정하고 공간을 만들어 내면서 동선을 짜보고, 정리정돈과 수납을 진료 동선에 맞춰 세팅을 하고 시뮬레이션까지 해보면서 환자를 맞을 준비를 철저히 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이 더해질수록 우리는 치과의 공간이 갖는 가치에 대해 무뎌진다.
원래는 5대의 체어를 모두 사용할 계획으로 세팅을 했으나, 맨 끝 쪽에 있는 체어는 마치 빨래 건조대가 되어버려 러닝머신처럼 덩그러니 그 곳에 그냥 있는 경우도 있고, 진료 동선에 맞춰 정리정돈과 서랍안 수납을 세팅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바일카 위에 치실이며, 러버컵이며 뾰족한 기구들이 모두 올라와 환자를 비롯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알코올 청소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하고 있건만 날이 갈수록 브라켓 위와 모바일카 위는 비트리머 세멘과 템포러리 레진의 흔적이 즐비하다. 기공물이 있는 보관함은 세팅이 완료된 모델과 세팅을 진행할 모델이 섞여 있고, 하얗던 모바일카 표면은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이 더해 갈수록 그 모습에 점점 익숙해진다.
레진카 맨 밑 칸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레진이 몇 개인지 알지도 못한 채 방치돼 있거나 냉장고안에 보관된 뼈이식재료는 유통기한 순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오래된 이식재가 계속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렇듯 우리가 진료 일상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것은 바로 재료를 수납하고 정리한 상태와 재료를 주문하기 위해 파악하는 재고 부분이다. 재고 관리는 대장을 만들어 담당자가 분명 꼼꼼히 체크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