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늙고 있다(中)] 치과의사는 왜 찬밥 신세인가
치과진료 중요해도 의과·한의과보다 저평가 촉탁의 활동 지원정책 및 별도 수가 마련해야
요양병원에 치과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손덕현(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은 “치과의사를 고용할 경우 요양병원이 감당해야 할 경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입원환자를 치료하는 요양병원 특성상 외래환자가 대부분인 치과를 개설할 경우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별도의 수가 보상 없이 지금 치과를 개설하면 치과의사는 물론 치과위생사의 인건비를 충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특히 “지난 2013년 우리나라 요양병원에 치과를 처음 개설하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치과진료는 봉사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요양시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14년 치과의사 촉탁의 시범 사업에 참여했던 A요양시설 관계자는 “요양시설은 어르신들이 생사를 다투는 곳이 아닌 만큼 구강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치과의사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한정적이다 보니 의사나 한의사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보호자의 치과진료에 대한 인식이 촉탁의 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B요양시설 관계자는 “일부 보호자는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큰돈 들여 뭐하냐’며 상대적으로 치과진료는 비싸다는 인식에 진료 자체를 기피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치과진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도 치과의사를 촉탁의로 배정하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실제 치과 촉탁의 활동을 위해 보수교육을 이수한 치과의사는 2500명에 달하지만 활동하는 촉탁의는 10여 명에 그쳐 사실상 찬밥 신세를 면치 못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특정 직군을 촉탁의로 강제할 수도 없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입소자가 10명 이상인 노인요양시설은 의사 1명을 의무로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중 촉탁의를 지정하는 것은 시설장 재량이다.
그러나 치과의사의 촉탁의 활동이 부진한 이유가 모두 요양시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촉탁의를 위한 보상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곽정민(대한노년치의학회) 부회장은 “촉탁의로 요양시설에 방문할 경우 하루는 통째로 치과를 비워야하는데 이때 생기는 손실을 촉탁의 활동비로는 충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촉탁의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는 한 달에 최대 163만7000원이다(월 2회 방문비용 10만6000원, 월2회 입소노인 50명 초진료 기준 153만1000원). 그러나 이는 최대치일 뿐 요양시설마다 활동비는 상이하다.
특히 입소 노인을 치료할 경우 개원의는 내원 환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이를 보상해줄 지원책은 전무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곽정민 부회장은 “개원의가 경영 부담까지 감수하며 촉탁의로 활동 수 없기에 애당초 활동 자체가 부진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우리나라는 촉탁의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이나 별도의 보상체계가 없다. 반면 일본의 경우 환자 진료를 포기한 데 따른 보상체계가 마련돼 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19 일본 재택의료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은 촉탁의 수가에 기본 방문진료비를 비롯해 의학종합관리료, 지도 및 지시료, 교통비, 진료 항목별 수가를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결국 ‘촉탁의를 하느니 봉사를 하겠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노인 치과진료 사각지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