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금지된 발암물질 치과 약제 ‘디펄핀’ 밀반입 덜미

부산본부세관, 해외 무역상 통해 불법 반입 … 일부 전국 치과의원에 유통

2020-09-18     구명희 기자

지난 2012년 6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 허가를 취소해 수입 금지된 1급 발암물질 치과의료 약제 ‘디펄핀(Depulpin)’을 밀반입한 40대 남성 A씨가 구속됐다. 또한 밀수입된 디펄핀을 전국 치과병‧의원 등에 유통한 치과 재료상 23명과 이를 환자에게 투여한 치과의사 8명도 함께 입건됐다.

부산본부세관에 따르면 A씨는 2014년부터 러시아 모스크바 있는 무역상을 통해 부작용으로 수입이 금지된 디펄핀을 구매, 항공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배송하도록 했다. 이후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객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다량의 디펄핀을 밀수입했다. A씨가 밀수입한 디펄핀은 273개로 성인 3만2000여 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대부분은 전국 치과의원에 유통돼 신경치료에 필요한 환자들에게 불법 처방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치과에서는 디펄핀 불법 사용을 숨기기 위해 제품명이 적힌 라벨을 뜯어낸 채 환자에게 투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신경치료 시 신경을 마비시키기 위해 사용되던 디펄핀은 1급 발암물질 파라포름알데히드를 주성분으로 하며, 잘못 사용할 경우 잇몸이 괴사하거나 쇼크 증상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디펄핀 사용이 금지되자 개원가에서는 디펄핀 대체제를 찾고, 일부 업체에서는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검증되지 않는 제품이 많아 새로운 대체재로 자리 잡기는 어려웠다.

한편 그동안 일부 치과 커뮤니티에서는 디펄핀 구매 루트를 묻거나, 남는 재료 판매하겠다는 등의 대화가 암암리에 이뤄진 것은 사실. 수입 금지 수년이 흘렀지만 이 같은 현상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