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 설명 ‘원장’이 직접하라?
의료기관 개설자인 원장이 비급여 치료의 가격 고지를 환자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시행규칙이 지난 9월 4일 신설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환자에게 비급여 치료에 대한 가격 고지 시 의료기관 개설자인 원장이 직접 해야 하며, 의료기관은 환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진료비용을 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제는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치료 시 환자에게는 의료진이 간단히 비용을 설명한 후 상담 직원이 상세 안내 조치를 해야 한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에 앞서 지난 6월 5일 보건복지부가 주요 내용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입법예고 ‘비급여 진료비 공개제도 개선(안 제42조의2, 3)’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비급여를 제공하고자 하는 경우 진료 전 환자에게 항목과 비용을 개별적으로 설명하도록 규정,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 분석, 공개 대상을 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기관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은 ‘개별적으로’에서 ‘직접’으로 변경됐다.
일각에서는 치료에 대한 설명은 의료진의 의무이지만, 개설자가 직접 비용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로 상담실장이나 스탭이 비용 상담을 도맡아온 관행 상 이대로 가다간 모든 개설자가 범법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개원의는 이번 시행규칙에 대해 “의료계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형병·의원의 경우 개설자는 자신의 진료는 뒷전이고 하루 종일 비급여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가격 설명만 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설 개정안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페이닥터에게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라도 비용 설명만큼은 대표 원장에게 듣고, 다시 진료는 담당 의료진에게 받아야 한다. 또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법인 이사장 등이 비용 설명을 위해 진료시간 내내 상주하고 있어야 한다.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반발’
이에 대해 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비급여 의료개설자 고시 관련 법안을 조금 더 다듬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복지부는 직접 설명고지 대상 지정과 관련해 단기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복지부의 표현은 의료개설자의 ‘직접’ 설명을 기조로 법안을 다듬는 것이라고도 해석된다. 이번 복지부의 법안에 대해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비급여 진료비 설명과 진료비용 표기와 관련한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석곤 법제이사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직접 비용 설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또한 의원급의 비급여 공개라는 내용 자체가 치과계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와 관련한 공문을 복지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법제이사는 “현재 법이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시행 전 불합리한 부분은 개정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이번 법안은 치과뿐 아니라 의과, 한의과도 해당되므로 3개 의료단체가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