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금에 ‘덤터기’까지 … 분쟁의 온상
“마트 갈 땐 지갑 챙기고, 치과 올 땐 빈손? 이해 안 돼”
진료비 미납은 애교, 무리한 치료 요구해 의료배상까지
2013년 A원장은 법원을 찾았다. 진료비 400만 원 미수금 때문이다. 가족단위 환자로 총 진료비가 600만 원이었지만 200만 원 수납 후 행방이 묘연해진 것. 환자 주소로 ‘진료비 미납 관련 채무이행 통지서’를 내용 증명으로 보냈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A원장은 결국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을 하고, 이후 채권추심업체를 통해 진행 상황을 전해 들었다. 돌아온 답변은 ‘돈이 없어서 일부만 갚을 수 있다’였다. 6년 전 미수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A원장은 당시 진료비 미납 경험을 이야기하며 개원가에서 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미납 유형을 설명했다. 그는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진료의 경우, 여러 번 내원하면서 보험진료와 병행하기도 한다”며 “이럴 경우 몇 천원에서 1~2만 원 정도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는데 환자와 직원 모두 매번 따로 비용을 받기 번거로워 합법적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토탈진료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개원가의 현실을 전했다.
일부 개원가에서 골치를 앓고 있는 진료비 미납 금액은 3100원, 1200원, 1000원으로 의외로 크지 않다. 비급여 미수금보다 보험진료에서 본인부담금을 못 받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미수금으로 난처한 건 원장뿐만이 아니다. 3년째 같은 치과에서 근무 중인 한 치과위생사는 “내일 주겠다며 진료비 미납을 당연하게 여기는 환자들이 있다. 집 앞 마트를 가면서도 지갑을 챙기는데, 하물며 치료를 받으러 오면서 빈손으로 온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진료비 미납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덤터기’다. 처음부터 발치를 고려해야 하는 상태의 치아에 충치치료를 원해 치료를 진행했지만, 나중에 의료진의 실수로 치료가 잘못돼 더 아프다며 임플란트나 값이 더 나가는 치료를 공짜로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인 ‘덤터기’ 사례.
환자상담을 전문적으로 조율하는 한 컨설턴트는 “‘덤터기’는 환자와의 분쟁 중 하나로, 의료사고 배상보험으로 처리하기는 복잡하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처럼 환자는 처음부터 나쁜 의도로 치과를 방문했기 때문에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더 심각해진다”며 “어쩔 수 없이 치과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에는 지불한 돈을 그대로 돌려주는 게 가장 간단하지만, 대부분 그 금액보다 더 큰 액수를 요구한다. 어린이치과의 경우, 나쁜 의도를 갖고 ‘맘카페’에 글을 올려 전략적으로 (한 치과를) 죽이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진료비 미납이나 ‘덤터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불만불평 환자’를 대하는 것을 ‘화재처리’와 같이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첫째는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마지막으로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것처럼 불만환자가 한 번 가라앉았다고 해도 다시 연락해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비 미납이나 ‘덤터기’는 치과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비 미납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B치과의 경영지원팀장은 “치료계획을 세우고 환자와 상담을 할 때, 먼저 원장님이 가장 잘 진료해줄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제시한다. 이후 환자와 계속 논의하고 몇 가지 치료계획을 더 제시한다”며 “한 번에 수납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계획을 단계별로 나눠 ‘카드 할부’처럼 분납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환자의 재정 상태를 파악하고 금액을 절충하며 진료계획을 맞춰나가는 것”이라며 “치료계획이 수정되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은 발생할 수 있지만 사전에 환자의 동의를 충분히 구하고 치료에 들어가야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