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도 정년 보장 원하는 시대 … 지난해 폐업치과만 854건
그러나 이제 치과의사들도 정년을 보장받기 원하는 시대가 되었다. 치과 간판만 내걸면 환자가 찾아오는 시대는 지났다.
2008년 치과를 개원한 A 원장. 5년 동안 페이닥터로 있다가 은행 돈을 빌려 치과를 오픈했다. 경기 불황시대에 치과를 개원하느냐고 주위에서 극구 만류했지만 나만큼은 남들과 다를 거라 생각했다. 큰마음 먹고 대출도 받았다. 그러나 그를 찾는 환자는 없었다. ‘화·목 야간진료’도 무용지물이었다. 손님을 모으기 위해 할인 이벤트도 펼쳤지만 그것도 잠시. 입소문은 타지 못하고 대출 이자금 갚기 급급하다. 개업에 들어간 돈만 생각하면 문을 닫지도 못한다.
지난해 폐업한 치과병·의원은 879곳. 이 중 치과의원은 854건을 차지한다. 2009년 폐업한 병·의원은 659곳이었다.
의원의 평균 생존기간은 어떨까. 한국개발연구원은 △치과 4.9년 △한의원 4.5년 △일반 의원 4.5년이란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한 번 개원하면 정년 없이 평생 먹고살 줄 알았던 의사들의 현실이다.
3년 생존율은 치과 71.3%, 한의원 64.3%, 일반 의원 63.1%다. 편의점(63.0%)에 비해 크게 다를 바 없다.
지속되고 있는 불황의 여파가 치과병의원 폐업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B개원컨설팅 전문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폐업현황에 대해 “최근 페이닥터들의 개원도 늘고 있지만 신규개원보다는 양도양수를 선호하면서 폐업 건수가 보이는 것에 비해 줄어보이는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개원증가율보다 폐업률이 상회하고 있어 개원가 경기는 여전히 악화일로이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폐업하는 치과가 늘면서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는 치과의사도 증가하고 있다.
모 법률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 대비 2012년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전문직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거기에 확인되지 않은 파산신청까지 더하면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은행권에서 개원을 위한 대출 받기도 이제는 힘들다.
은행권이 부실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치과의사, 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누리던 대출 우대관행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이들 직군에 대한 대출심사가 강화돼 소득증빙이 없을 땐 신용대출이 원천적으로 거부되기 일쑤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KB닥터론과 변호사, 판사 등이 타깃인 KB로이어론의 대출잔액은 2010년 말 4181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665억 원으로 축소되었다.
‘힘들어 죽겠다’는 치과의사들의 앓는 소리가 더 이상 엄살이 아닐 만큼 심각한 경영난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수치들은 치과의사들도 정년을 보장 받기를 원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저작권자 © 덴탈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