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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매화(梅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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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매화(梅花)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3.03.09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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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미소가있는치과Ⓡ 송선헌 대표원장
<봉은사의 홍매, 2022-03. 송선헌>

 

매화(梅花)

 

1. 그 향에...
 남도에서 매신(梅信)이 오면 그윽한 웃음... 매향과 같이 한다. 
이른 봄, 추위를 뚫고 먼저 꽃을 피워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  
매화는 음기(陰氣)가 끝나고 양기(陽氣)가 모일 때 피는 꽃이다. 
산청의 450살 남명매(南冥梅)와 퇴계의 도산매(陶山梅)는 철학이다.
두 부인과 사별한 퇴계는 매화를 혹독하게 사랑, 혹호(酷好), 지금은 도산매의 후손들이 자라고 있다. 퇴계의 유언은 ‘저 매분(梅盆)에 물을 주어라’였다.
퇴계보다 한 세대 위인 천재였던 김시습(金時習)의 호는 매월당(梅月堂)이다.
23살의 율곡이 안동으로 58세의 퇴계를 찾아뵌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임금님의 Dung도 매화, 나도 비싼 분매를 키웠는데 여름철 에어컨 실외기에 그만 타버렸고, 붉은 홍매(紅梅), 흰 백매(白梅) 그리고 겨울 설중매가 있다. 
난 설중매 과실주에 숙성 도미회가 나오면 밤을 샌다. 
 

2. 대표 선수들
 하나, 절제된 선비를 닮은 딱 그런 매화나무가 율곡매(栗谷梅)다.
오죽헌 몽룡실(夢龍室) 뒤쪽 모서리에 있으며 매실이 큰 연분홍인 홍매다. 
신사임당의 맏딸이며 매화도를 남긴 이는 매창(梅窓)이다.

둘, 세상 풍파에 찢기고도 남겨진 아슬아슬하지만 입이 꽉 다물어지게 하는 힘을 가진 화엄매가 구례 화엄사 길상암 앞 대나무 숲 속에 있다. 꽃은 작지만 향이 강한 들매화, 많은 사람들은 각황전 앞 홍매화만 찾고 사진 찍는다. 

셋, 뼈를 깎는 고통으로 진리를 탐구한 흔적, 그리고 외로운 삶이지만 뻗어가는 용기를 가진 매화나무는 고불(古佛, 부처 본래의 면목)을 닮아 백양사의 고불매가 되었다. 진분홍 홍매로 4월 초까지 은은한 향으로 경내를 채운다.

넷, 의젓하고, 딱 벌어진 호남(好男)의 매는 선암사 무우전매(無優殿梅)다.
선암사의 원통전 담장 뒤에서 자라는 토종 매화나무로 매화가 유난히 붉고 향이 짙기로는 제일이다.

 집안에 분매(盆梅)를 키우든, 화단에 정매(庭梅)를 심든, 자연의 지매(地梅), 야매(野梅)를 찾아다니든 이 계절엔 탐매(探梅)하라. 
봄이니깐.
그리고 살면서도 매향(梅香)이 되어 보자.
심연에서부터, 진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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