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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동백(冬栢)꽃을 애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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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동백(冬栢)꽃을 애타게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3.02.09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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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미소가있는치과Ⓡ 송선헌 대표원장
<카멜리아, 2017-08, 송선헌>

동백(冬栢)꽃을 애타게

추운 겨울(冬)에 동박새가 중매(鳥媒)를 들고, 은행나무처럼 아시아에만 있고, 세거지(世居地)처럼 오동도, 거제 지심도와 통영 장사도에도 천지이고, 보길도도 아름답고, 해운대 동백섬, 공곶이... 울릉도의 분홍, 홍도와 거문도의 흰 동백도, 봄에 피는 춘백(春栢)은 선운사가 좋다.

일식집 춘수사(椿壽司)처럼 부친의 춘부장(椿府丈)은 장수(長壽)를 뜻하며, 질마재 미당의 ‘선운사 동백꽃’은 좀 슬프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즉 춘희(椿姬)가 바로 동백꽃 아가씨이다.

제주에는 동백기름을 머릿기름과 호롱불에 쓰던 과거와 달리 요리에 사용하는 이가 있고, 명품 샤넬의 상징이 동백인 카멜리아(Camellia), 스페인 갈리시아의 ‘카멜리아 루트(Camelia Route)’도 순례길(Camino)이다.
 꿈에서라도 세계에 단 두 개체(뉴질랜드, 영국)만 남아 있는, 정말로 그림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색의 장미같은 미들미스트 카멜리아도 만나보고 싶다. 

동백꽃은 청춘 때 혼자 헤매던 외진 바다 서천 마량리(馬梁里)에 있었고, 예과졸업 기념여행의 오동도도 있었고, 보색인 빨강과 초록 속 그 붉음은 다분히 육감적이다.

동백꽃은 찐Red!, 찬 겨울에 핀 붉음, 그 붉음은 Blood, 심장을 때리며, 그 화려함이 겨울의 왕, 피의 역사와 같은 색, 흥(興)보다는 슬픔이다.

동백꽃은 핌과 떨어짐이 수북하고 선연(禪娟)하며, 자기 바닥도 온통 붉게 덮고, 상여를 떠올리게 하고, 급살(急煞)이자 한 순간에 떨어지는 인생무상이다.

동백꽃은 노을과 함께하면 더 극적이며, 꽃이 떨어지는 것은 춘수락(椿首落), 송이 통째로 떨어져 순교자를 상징하는데...
 이런 동백을 이번 겨울에도 애타게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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