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8 (금)
[조정훈 원장의 원장실 경영학] 치과도 장사도 포인트는 ‘소비자 눈높이’
상태바
[조정훈 원장의 원장실 경영학] 치과도 장사도 포인트는 ‘소비자 눈높이’
  • 조정훈 원장
  • 승인 2022.11.10 0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가 지난 25년 간 진료하며 나름 깨달은 바가 있다. ‘의료서비스’는 제품 구입 전 업체 간 비교가 불가능한 ‘신용제’ 등의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망가지면 회복이 불가능한 ‘일회성 소비재’라는 점이다.

따라서 무작정 싸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출 올리기에만 몰입하는 병원 경영은 결국 신용이 무너져 고객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나아가 경영적인 시각에 입각해 소비자(환자)의 시선에 맞춘 마케팅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도 밝힌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고로 통하는 스위스 시계, 그 산업계를 구원한 인물로 통하는 장 클로드 비버(Jean claude biver, 1949년생, 前 태그호이어 CEO)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지난 1967년, 쿼츠(석영) 시계를 앞세운 일본 SEIKO 사의 ‘아스트론’이 등장했다. 이로써 스위스의 기계식 시계가 장악하던 당시 글로벌 시계 시장의 판도가 쿼츠 시계 쪽으로 급격하게 이동해갔다. 이어 SEIKO를 비롯, CITIZEN, BULOVA, JUNGHANS 등이 가세해 쿼츠 시계를 내세워 세계 시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철옹성 같던 스위스 시계회사들이 하나둘 무너져갔다. 일부 스위스 시계 브랜드는 파산해 다른 기업에 인수됐는데, 그중 하나가 스와치 그룹의 브랜드이자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회사 블랑팡(Blancpain)이다.

이 블랑팡을 인수(1983년)한 인물이 바로 장 클로이드 비버다. 그 후 그의 선택은 이러했다. “1735년 설립 이후 블랑팡의 쿼츠 시계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광고 문구로 ‘블랑팡의 프리미엄 성은 지속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위스 명품시계 중 가장 오래된 대표 브랜드란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변곡점이 됐다.

이후 비버는 스와치 그룹으로 이동(1993년), 오메가(Omega)란 브랜드를 회생시켜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는다. 당시 오메가는 매년 다른 디자인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었으며, 저렴한 쿼츠 시계에 밀리는 등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여기서도 비버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재정립’을 선언했다. 매개는 역시 광고였다. 당시 국제 영화시장의 최고 블루칩으로 꼽히던 배우 피어슨 브로서넌과 신디 크로포드, ‘F1의 황제’ 마이클 슈마허 등을 내세워 오메가만의 럭셔리함 등을 적극 피력했다. 이번에도 결과는 대성공. 10년 만에 그룹 수익이 300% 성장했으며, 본인의 가치 또한 수직상승했다.

그러던 2004년, 비버는 위블로(Hublot)의 소유주인 이탈리아 기업가 Carlo Crocco와 만난다. 당시 위블로는 검은색 고무 시곗줄과 금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와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독특한 디자인이 쉽게 경쟁업체에게 모방당하며 이는 매출 부진으로까지 이어졌다. 직원들 사기도 떨어져 줄이어 퇴사자가 나오는 등 회사는 벼랑 끝 위기에 직면한다.

이번에도 비버는 아이덴티티를 찾아 나섰다. 답은 ‘융합’이었다. 서멧, 케블라, 금, 탄 탈륨, 다이아몬드에 고무가 조화된 ‘빅뱅 크로노그래프’가 세상에 나와 큰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소매점 수를 과감히 줄였으며, 반대로 제품 가격은 인상 시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또 UEFA 챔피언스 등에 위블로 시계를 후원했다. 경기장을 찾는 젊은 세대를 타깃 삼은 것. 그 결과 위블로는 ‘전통과 미래의 조합’ 그리고 ‘럭셔리 스포츠 시계’의 위치를 잡는 데 성공했다.

비버는 2014년 자리한 태그호이어(TAG Heuer)에서도 사내 시스템 개선, 소비자들의 니즈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등으로 회사의 큰 도약을 이끈다. 1999년 LVMH에 인수된 태그호이어는 이후 이유 없는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과 더욱더 멀어지고 있었다.

이에 비버는 구매‧마케팅‧판매 고위 임원 20명을 해고하고 젊은 관리자를 앉혔다. 그리고 태그호이어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다시 아방가르드(Avant garde)’ 즉 ‘Don’t crack under pressure’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기존 제품 이미지에 맞지 않은 고가의 제품들을 철수시키고, 태그호이어 매장에서 팔리지 못한 재고들의 아웃렛 매장 재판매를 금지시켰다. 소매점 수도 8000곳에서 6000곳으로 줄여나갔다. 그리고 새로워진 구형 디자인 라인을 복구하고 새로운 미래 디자인도 시장에 내놓아 큰 매출증대를 이루었다.

이어 최근의 한국 사례를 들여다보자. ‘마약 김밥’ ‘청년 카페’ ‘인생 식당’ 등 브랜드를 한 번 쯤은 보고 들어봤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즈음 번화가에 속속 채워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이 상호들이 조금씩 자취를 감추는 듯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업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한 채 브랜드의 느낌만으로 사업에 접근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해당 상호들의 주 타깃은 ‘MZ세대’라 할 수 있다. 그들의 경험‧감정에 기댄 마케팅적인 기대감이 깔려 있었을 것.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MZ세대가 바라던 감정과는 다른 결의 감정이 일부 섞여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위 열거된 사례로 미뤄봤을 때, 기업이든 자영업이든 생존을 위한 포인트는 ‘소비자가 바라보는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상품에 대한 평가는 현란한 광고나 로고보다는, 제품 그 자체와 서비스가 더욱 중요한 평가의 잣대이자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대표인 ‘이젤치과’를 예로 들어보겠다. 2018년 신생 치과 그룹의 이름을 만들기 위해 관계자들이 수십 차례 머리를 맞대 고심했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이젤치과’였다.

해석은 ‘이’를 ‘젤’ 잘하는 사람들, ‘이(치아)’의 엔‘젤’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다. 포인트는 ‘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을 치과의 소비자인 환자에게 알리기 위한 표현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새삼 25년 전의 ‘초심’이 떠오른다는 말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