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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오늘 저랑 짜장면 한 그릇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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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오늘 저랑 짜장면 한 그릇 하실래요?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2.11.04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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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사연을 담은 자장면, 2022-07, 송선헌
정겨운 사연을 담은 자장면, 2022-07, 송선헌

오늘 저랑 짜장면 한 그릇 하실래요?

편하게 짜장면이라 부르는 자장면은 모두 표준어인 한국식 중화요리로 일본의 나가사키 짬뽕처럼 중국 원류로 작장면(炸酱面)이 짜장면으로 변한 것이다. 
요즘은 메인에서 밀려 후식으로 반면(1/2麵)을 시키는 정도이지만 예전엔 입학과 졸업식 뒤풀이의 축제 음식이었다.
면(面)소재지에서도 먼 곳에 살았던 촌놈인 나는 언제 너를 처음 만났는지 기억이 없지만 대처로 나온 고등학교 이후일 것이다. 
가장 강렬한 추억은 1997년 LA에서부터 운전해서 갔던 비 오는 맨해튼 뒷골목에서 냄새가 흘러나왔지만 사주지 못했고 다시 가서(2005) 시켰는데 깨지락거리던 그 분이랑 살고 있는 나다.
치킨과 더불어 배달의 민족 양대 음식이다.
한옥과 달리 중국집은 중국 음식점을, 천안문과 자금성은 본토보다 더 많다.  
사실 반점(飯店)은 원래 숙박시설과 식당을 겸한 곳이다.
옛날 짜장은 정지용 생가 앞에서, 폼 나는 간짜장도 가끔, 마라도 짜장면엔 오징어볶음과 톳이 올라오고, 전분을 많이 넣어 걸쭉한 물짜장은 전주와 군산에서 유명, 승려나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교인들을 위한 채식(스님)짜장은 운문사와 해인사 근처에 있고 동-하안거 해제 후 특식으로 먹으며 봉정암에서는 2배정도 비싸고, 무슬림의 허락된(할랄) 음식인 할랄짜장은 우사단길에서, 하얀짜장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만난다.

TV마다 먹방이 시청률을 높이는 미각(味覺)적인 세상
내 고향 황간의 유니(肉泥, 갈은 고기) 짜장면집엔 전국서 식객들이 몰려오고
가까운 공주에도 인기 있는 중국집들이 많다지만 
중년의 저는 소화 잘되는 스님자장이 늘 그립고 
‘춘장+MSG+설탕+기름’의 기름진(Greasy) 맛을 줄이기 위해 먼저 식초와 고춧가루를 아주 듬뿍 뿌려 비비는 것이 우리 집 송(宋)씨의 ritual이다.
당신의 ‘최애(最愛)’ 자장면집은 어디인가요?
‘송(Song)페’는 집 근처 동방명주에 아주 가끔 가는데 
마지막을 빛내는 자장면을 같이 먹으면 그 자체로 사랑이지요?
그리고 오늘 나랑 자장면 한 그릇 할려? 전화할 분이 있다면 
그것 또한 소소한 행복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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