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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상사화(相思花)와 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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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상사화(相思花)와 꽃무릇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2.10.13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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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상사화(相思花), 2021-08, 송선헌

 

단청(丹靑)처럼 붉은 너를 보기 싫어 고개를 돌리다가도 눈길을 주었다.
나무 밑 그늘에서 쉬는 연인들같이 뜨거운 군상들이었다.
너에 대하여 잘 안다는 이가 초봄이면 연녹색의 잎이 올라왔다가 여름이면 떨어지고 뒤이어 꽃대가 올라오고 늦여름에 꽃이 피어 꽃과 잎은 만나지 못해 슬픈 연인 사이를 말한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설명해 부담되었다.
너에게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응어리가 있는가?

상사병을 앓지 않은 청춘은 없듯이 그 아리한 그리움들로 가득한 과거들이다.

특별히 터질 듯한 아픔으로 날리는 붉은 무리의 꽃들이 그렇다.
 

이들도 내가 낳은 자식들도 다른 곳에서 각자 뿌리로 이어가며 산다.
꼿꼿했던 법정의 길상사에도 꽤나 잘 어울리게 핀다.

그런데 알면서도 가고 싶지 않은 것은 님에게로의 미안한 작은 마음일 것이다. 
 

이 즈음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는 석산(石蒜)으로 온통 붉다. 
절에 많은 이유는 꽃의 전분을 풀로 쑤어 탱화 등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석산은 ‘돌마늘’로 핏빛처럼 새빨간 붉은 빛깔이 죽음을 상상시켜 사인화(死人花), 장례화(葬礼花), 유령화(幽靈花), 지옥화, 저승화 등으로 불린다지만 이젠 나도 이순(耳順)이니 구절초와 쑥부쟁이도 구별해야 한다.
 

그러니 석산 즉 꽃무릇과 상사화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석산은 가을에 상사화는 여름에 꽃이 피며, 석산은 강렬한 붉은색 하나이지만 상사화는 색이 다양하고, 석산은 길게 뻗은 수술이 상사화보다 더 길고, 석산은 꽃이 피고 잎이 나중에 자라고, 상사화는 잎이 먼저 자란 뒤 꽃이 피고, 석산 ‘슬픈 추억’ 상사화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 꽃말이다.
이 둘은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이룰 수 없는 슬픔이 공통점이다. 
 

붉어서 더 슬프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만은 늘 붉은데... 
그리워함이 더 그렇다.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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