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시와 그림] 고맙고 귀하지 않은 향이 어디 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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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고맙고 귀하지 않은 향이 어디 있던가요?
  • 송선헌 대표원장
  • 승인 2022.10.0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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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미소가있는치과Ⓡ 송선헌 대표원장
향으로 채워진 싸리꽃, 2022-09, 송선헌
향으로 채워진 싸리꽃, 2022-09, 송선헌

고맙고 귀하지 않은 향이 어디 있던가요?

여긴 카트만두다.
공해로 자욱한 분지 그곳에
부처가 살아있다.
그를 만나러 갔더니
인간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싸리 밭에 개 팔자답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그가 바로 비뉴아신? 부처?

여긴 공주 마곡사다.
절집의 구시와 목불(木佛)로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싸리나무가 아닌 사리(舍利) 나무인 대웅전 기둥을 안아보았느냐? 
염라대왕이 물어볼 때
예스하면 극락으로 간다는 전설은 
사실은 느티나무를 껴안은 것이었다.

여긴 고향이다.
회초리를 대신한 싸리비로 혼나 싸리문을 나오고 
933미터 백화산 자락 밑
아버지가 일찍부터 마련하셨던 
깨 키우던 작은 밭, 그곳에
풍(風)으로 쓰러지신 후 무서우셨던 할머니 산소로
벌초 가는 길에 핀 싸리꽃들
야생마가 복종의 의미로 앞발을 주인에게 내어주듯이
꿀을 벌들에게 내주는데
그 진한 향기가
이리도 내 마음속에 오래 자리 잡을 줄이야

고맙고 귀하지 않은 향이 어디 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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