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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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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호박꽃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2.09.02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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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드는 너 호박꽃, 2020-08, 송선헌

 

하나, 
 호박, 둥근 오이(Cucurbita)에도 꽃은 피는데
그런데
호박꽃도 꽃이냐? 묻지만(다 익은 호박이 원죄?)
정주고 키운 
노란꽃은 곱기만 하고
벌들도 샘터로 여기고
심지어 꽃은 전(煎)과 만두로도 먹는데 
우리만큼 아름답지 않은 꽃이 있던가요?

 행여 변심한 애인인 양 
뚝 떨어진 
사연을 보면
안타까워 호호 불어 줄 때
오히려 내가 해독(Pumpkin의 뜻은 해독)되는데 
어찌 낮게 대할 수가 있겠는가요?

둘, 
 호도(胡桃)처럼 ‘청나라(오랑캐 胡)에서 넘어온 박’이라 호박이 되었고
담 밑 거름자리에 자라 가을이면 누렇게 익은 호박을
시렁에 얹어 놓았다가
호박죽을 끓이시던 어머니 
호박씨는 주점부리로 먹으라고 멍석에 말리셨는데
겨울에 까먹던, 
몰래 뒤로 호박씨 까지 말라는 말과 달리 
맛났던 씨   
세월이 지나 LA에서 처음 만난 할로윈 데이에는 
호박 가면이나 잭 오 랜턴이 집집마다 화려하게 빛났었고
펌킨 축제에서는 나보다 더 무거운 호박도 만났다.
매일 살면서 호박이 넝쿨째 굴러오길 바라지는 않더라도
이번 주말엔 내가 좋아하는 호박꼬지탕을 먹으로 옥천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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