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호박, 둥근 오이(Cucurbita)에도 꽃은 피는데
그런데
호박꽃도 꽃이냐? 묻지만(다 익은 호박이 원죄?)
정주고 키운
노란꽃은 곱기만 하고
벌들도 샘터로 여기고
심지어 꽃은 전(煎)과 만두로도 먹는데
우리만큼 아름답지 않은 꽃이 있던가요?
행여 변심한 애인인 양
뚝 떨어진
사연을 보면
안타까워 호호 불어 줄 때
오히려 내가 해독(Pumpkin의 뜻은 해독)되는데
어찌 낮게 대할 수가 있겠는가요?
둘,
호도(胡桃)처럼 ‘청나라(오랑캐 胡)에서 넘어온 박’이라 호박이 되었고
담 밑 거름자리에 자라 가을이면 누렇게 익은 호박을
시렁에 얹어 놓았다가
호박죽을 끓이시던 어머니
호박씨는 주점부리로 먹으라고 멍석에 말리셨는데
겨울에 까먹던,
몰래 뒤로 호박씨 까지 말라는 말과 달리
맛났던 씨
세월이 지나 LA에서 처음 만난 할로윈 데이에는
호박 가면이나 잭 오 랜턴이 집집마다 화려하게 빛났었고
펌킨 축제에서는 나보다 더 무거운 호박도 만났다.
매일 살면서 호박이 넝쿨째 굴러오길 바라지는 않더라도
이번 주말엔 내가 좋아하는 호박꼬지탕을 먹으로 옥천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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