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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녹야회(鹿野會) 김일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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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녹야회(鹿野會) 김일규 회장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2.08.11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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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봉사자 ‘절실’, 1년간 회비도 안 받아요!”
45년째 진료봉사 ‘녹야회’, 1992년부터 매주 가평 꽃동네行 
“음성 꽃동네 수녀님이 치대 합격해 가평으로 봉사지 옮겼죠”

지난 1977년, 포천 한센병 환자들의 구강건강을 염려하던 치과기공사 몇 명이 함께 진료할 치과의사를 찾아 나섰다.이어 1982년, 당시 포천에서 장교로 군복무 중이던 김일규 회장이 그 기공사 중 한명과 연이 있던 아내의 추천으로 ‘녹야원(녹야회 전신)’ 멤버로 섭외됐다. 이후 치과의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들이 차례로 속속 영입된 봉사회는 어엿한 회장단을 갖춘 ‘녹야회’로 거듭났고, 그후 부천 성가요양원, 길음 안나의집, 음성 꽃동네 등을 거쳐, 1992년부터 가평 꽃동네를 필드 삼아 활동 중이다. 모임 초창기 멤버이자 현재는 리더인 김일규 회장을 만나 녹야회만의 희로애락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치과의사 봉사자 ‘절실’, 1년간 회비도 안 받아요!”

Q 본인과 녹야회를 소개하다면  
오랫동안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치과학교실 교수로 재직 후, 현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로 있다. 

동시에 치과봉사단체인 녹야회 회장을 연임해 맡고 있다. 녹야회 명칭은 한자 사슴 녹(鹿), 들 야(野), 모임 회(會)로, ‘푸른 들판에는 풀들이 잘 자라있고, 한가로이 푸른 풀, 먹이를 먹는 사슴을 생각하며 만족감‧행복과 평화를 생각하게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지어졌다.

올해로 창설 45년째인 녹야회는 치과치료가 시급함에도 방도가 마땅찮은 이들을 찾아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가 손잡고 진료해주는 봉사단체다. 현재는 가평 꽃동네 입소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Q 가평 꽃동네와 인연은  
그 전까지 음성 꽃동네(충북)가 봉사지였다. 그런데 조금 신기한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그곳 수녀님 한 분이 각고의 노력 끝에 전남대 치대에 입학했다고 하더라.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시다.

그래서 저희는 그 분을 믿고 1992년 가평 꽃동네(경기) 개소때부터 봉사지를 가평으로 옮기기에 이르렀다. 가평은 음성보다는 그나마 차량 이동시간 부담이 덜한 곳이지 않나. 덕분에 그 인연을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Q 코로나19로 봉사가 한동안 중지됐다고   
올해 좀 사정이 나아지기 전까지 약 2년간 가평에 못 다녀왔다. 안타까웠다. 얼마 전 가평 꽃동네 수녀님께 “코로나가 창궐 중인데 저희가 가면 폐 끼치는 것 아니냐”고 여쭈니, 수녀님께서 “그런 소리 마시라.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녹야회의 방문을 간절하게 원하셨다. 

Q 꽃동네 입소자들의 구강상태는 
입소자들의 구강상태가 정상인 경우가 거의 없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인 경우도 허다하다. 가평 꽃동네 입소자분들은 대게 연고지가 없는 분들이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든 분들이란 뜻인데, 구강 상태는 말해 뭐하겠나.

또 시설은 입소자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봉사진료가 끝날 수 없다. 그래서 회원들은 “매주 우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주의사항도 있다. 진료는 밥 시간 때를 꼭 지켜야 한다는 것. 꽃동네 입소자들에게 식사란 대단히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그래서 진료도 아침식사가 끝나는 9시 30분부터, 점심 식사 직전인 11시 30분에 딱 맞춰 진행하고 있다.

Q 고되거나 보람된 순간은 
고된 점은 사실 없다. 회원 모두에게 봉사는 이미 오래전 일상이 된 터라(웃음).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왕복 4시간이 넘어 그 점은 조금 힘들긴 하나, 진료 자체는 즐기며 하고 있다. 저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회비(의사 3만원, 기공사 1만원, 위생사 5천원)는 물론 사비까지 써가며 가평으로 향하는 이유도 그것에 있지 않을까.  

Q 도움도 있었다고 
2005년 12월, ‘제17회 아산상 시상식’ 의료봉사상 상금 1000만 원을 받아 이를 정기적금 계좌에 넣어두고 이자 등을 활동비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가평 꽃동네에서는 치과기공사 회원들이 기부한 덴처 등 기자재를 기부처리 해 연말정산에 도움을 주는 등 배려해준다.

신흥 등에서는 유니트 체어를 기부해줬고,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공사 회원 중 하나가 이를 정비해준다. 이처럼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Q 얼마전 회원구인 광고를 냈다고 
회원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인데, 이것이 끈이 돼 모임 초기부터 현재까지 녹야회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과 연관해 최근 서울, 인천, 의정부, 수원 등 몇 교구 주보에 회원구인 광고를 내기도 했다. 치과의사 수가 현저히 부족해서다. 

현 회원은 총 32명이다. 이들이 치과의사 1명, 치과기공사 3명, 치과위생사 3명씩 1개 조로, 총 5개 조를 구성해 매주 로테이션하며 진료봉사에 나선다. 치과기공사와 치과위생사는 10명이 넘지만, 치과의사는 6명에 그친다.

한 조에 치과의사가 최소 2명은 동행해야 진료 부담도 덜고, 피치 못할 불참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부족한 숫자다. 막내 치과의사가 20년 전 가입한 분일 정도다. 건강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의사 회원이 계속 줄어서다. 

Q 천주교 신자만 가입할 수 있나  
절대 아니다. 종교가 회원 가입에 있어 장벽이 되는 일은 없다. 봉사에 종교가 무엇이 중요한가. 회원가입은 녹야회 홈페이지(네이버에서 녹야회 검색) 또는 전화(010-5327-7832, 010-2294-6328)로 문자를 남기면 된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먼저 저희 회원들 모두 신나는 마음으로 봉사에 임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물론 이동으로 인한 피로감은 있으나, 치과의사로서 보람 또한 적지 않아 이를 함께 느끼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

봉사 일정은 5주에 한 번 정도다. 오전 진료 후 근처 맛 집을 찾아 맛있는 점심을 함께 하는 또한 행복일 될 것이다. 만약 가입하시면 1년간 회비도 면제해 줄 생각이다. 그만큼 간절하다. 부디 많은 선생님들의 지원이 있기를 학수고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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