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시와 그림] 가재를 삶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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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가재를 삶았다.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2.08.11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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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바탕의 가재, 2021-04, 송선헌
붉은 바탕의 가재, 2021-04, 송선헌

1. 가재는
새우와 게의 중간형 갑각류로 BOD 농도 1급수에만 살고, 멸종위기야생생물 ‘관찰종’으로 4~10년 살며 스트레스가 생명을 좌지우지한다. 북한(함북-남, 평북)과 울릉도, 제주에는 없다. 
강한 모성애, 야행성이며 육식을 좋아하고, 겨울잠을 자며, 암컷은 포란하고, 성질이 나면 카니발리즘을 벌이고, 크고 억센 건 제1 가슴다리이고, 칼슘이 부족하면 파란색이 나오기도 하고, 우리의 강(江)도 다문화가 되어 참가재 대신에 미국 가재(Clarkii)가 진을 쳤다.  
쓰촨의 매운 길거리 요리로 마라룽샤(麻辣龍蝦),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엔 뷔송(Buisson)과 가재 수프인 비스크(Bisque)가 유행, 미시시피강의 종착역인 루이지애나에서는 해물요리(Cajun boil)로 가재를 먹는다.

가재가 많은 가재울(가잿골)을 한자로 가좌(佳佐)로 음차 했다지만 사실은 변두리라 뜻의 ‘갓(가장자리)+울(마을)’이 가좌리(佳佐里)가 되었고, ‘가재는 게 편’은 초록동색(草綠同色)이며 ‘도랑치고 가재 잡고’는 행운을 의미한다. 
슈베르트는 붉은 가재(Zum roten Krebsen)라는 간판이 걸린 집에서 탄생(1797), 대흥사 침계루(枕溪樓)에는 본능을 억제하기 힘들어 꼬리로 가재를 잡다가 벌을 받는 호랑이가 있다.

2. 추억은
마스크로 입을 막았는데도 가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 고향 황간의 진산(鎭山) 계곡에도 니가 많았다. 양쪽의 집게발로 무장한 너는 나를 겁박했고 슬슬 후진하면서 물러가라 외쳤다. 도랑을 치고 포획한 너를 노란 막걸리 주전자에 담자 살려 달라 긁었다. 잔인한 나는 실험삼아 양은 냄비에 삶았더니 상여처럼 붉게 변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죄 값은 붉다고 여긴다. 
청정 산골의 자연인이고 심장이 등 밑에 있는 너를 모두 이웃에게 주셨던 어머님 덕에 올갱이 빼고는 익숙하지 않은 나. 너는 그렇게 점점 용량이 줄어드는 중년의 뇌에도 붉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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