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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내 입에 들어오는 것들에게도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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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내 입에 들어오는 것들에게도 감사를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2.07.14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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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족반(虎足盤)에 올라올 귀한 정성들, 2022-07, 송선헌>

빨강 양말에 흰 고무신, 구름인 운보의 내수성당을 지나 초정리로 갔다. 
탄산수 매니아 세종대왕(1444)이 넉 달 머물렀던 청남대 같았던 행궁(行宮) 근처, 약수원탕에서 우린 평민이니깐! 몸을 먼저 풀었다.
산초(山椒)나 초피(椒皮)처럼 따끔따끔 매운(椒) 약수로 라듐 성분이 함유된 탄산수, 초정(椒井)약수도 맥콜(Mc-麥+Col) 즉 보리콜라 공장 앞에서 담았다.
근처의 부강약수도 약효가 있는 샘물로 피부병과 위장병과 눈병 등에 좋단다.
 게르마늄(Ge)의 루르드 샘보다 좋은 물이 영월-청주-세종에 있지만 그래도 어머님의 기도! 새벽에 처음 길은 정화수만 하겠는가? 그 정성과 효과가?

초정리 행궁, 청주 반가(班家)의 반찬등속(饌膳繕冊) 시음회에 달려갔다.
​금강은 뜬봉샘-영동-옥천-부강-군산까지... 반대로 생선과 소금은 2백리를 올라와 옥천과 영동까지도 바닥이 평평한 강배로 거슬러 올라갔다.

식전 에피타이져로 흑임자죽에 꿀을 넣고 토란 줄거리로 침샘을 자극하고 무짠지로 간을 맞추고, 외이 김치나 물김치로 입안을 정리하자 내가 즐기는 술과 안주의 주안상(酒案床), 약주에 소주를 섞어 빚는 세계 유일의 여름을 난다는 과하주(過夏酒, 18도)에 비싼 조기와 문어 전복을 넣은 슴슴한 김치와 산적이 몸을 뎁혀주고, 메인의 반상(飯床)에는 하얀 청포묵에 노랑의 식용 패랭이가 마음을 설레게 하고, ‘청원생명’ 쌀밥도 입에 딱 맞고, 자리를 옮겨 다과상(茶菓床)은 호랑이 다리 모양의 소반인 호족반(虎足盤)에 상큼하고 연붉은 오미자, 박고지정과에 달콤한 대추초가 올라왔으니... 함포고복(含哺鼓腹)! 평생 대접만하고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한 엄마들의 회한의 눈물도 있었을 것이다. 

반가마다 다른 봉제사 접빈객(奉祭祀接賓客)에서 음식과 술이 중요했다.
가장 오래되고 보물인 안동의 수운잡방(需雲雜方)과 장씨 집안의 음식 맛을 내는 비방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의성 김씨의 온주법(蘊酒法), 부여의 조씨가 보관하던 윤씨음식법, 상주의 시의전서(是議全書), 우리 가문 은진 송씨 동춘당(同春堂)의 주식시의(酒食是義), 최씨음식법, 이씨음식법... 

디저트를 먹고 일어나 정성만한 양념이 없다고 하면서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수고하신 수라간 손길들에게도 감사하는 오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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