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원장의 오늘] 학령인구 절벽과 치과의 지속발전가능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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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학령인구 절벽과 치과의 지속발전가능한 미래
  • 이수형 원장
  • 승인 2022.03.0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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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는 안 그랬던 적이 있었겠냐 싶지만, 요즘 개원의들을 만나면 치과위생사 채용 때문에 죽겠다는 소리가 꼭 나온다. 이력서 구경도 못 해봤다는 이야기는 구인사이트 유료결제기간 몇 번을 공쳤는지를 기준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간신히 이력서를 받아서 치과위생사를 채용할 때 연봉협상을 해보면, 내 기억속에 있는 나름의 준거한 가격과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매해 매번 깨닫게 된다. 최저시급의 가파른 인상이 원인일수도 있지만 시대 변화를 못 쫓아가는 내가 문제일 수도 있겠다.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해보려고 한번 공부를 해봤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서 2021년 3월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기업규모별 평균임금의 경우 사업체 규모에 따라 5~9인 2858만원, 10~99인 3311만원, 100~499인 미만 3997만원이었다. 물론 직원들의 연령이나 근속기간에 따라 차이가 클 수 있다.

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치과에서 직원들의 평균임금을 계산해보면, 자기들의 체급보다 최소 한구간 이상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입채용은 어떨까.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 대졸초임(기본급+성과급+초과급여)의 경우 사업체 규모에 따라 30∼299인 3329만원, 5∼29인 2868만원, 5인 미만 2611만원이었다.

지면상에 게시되는 이 글에서 정확한 금액을 밝히기는 적절치 않겠지만, 수도권의 많은 치과의원들이 30인 미만의 규모이면서 자기들 체급 이상인 중견기업 수준의 급여를 제시해서 구인하고 있다.

이게 과다하거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평균 5084만원을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300인 미만에서의 구간별 차이는 그렇게까지 크지 않고 구인의 절박함에 따라 가능한 범주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미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수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전국 20대를 대상으로하여 21년 9월에 발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최소 연봉은 3000~4000만원 구간이 40.2%였다.

참고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5~29세의 평균 연간임금 수준 추정치는 3217만원으로 이 구간 내에 있었다. 따라서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의 조건으로 생각하는 요소 중에 높은 연봉이 절대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논리의 비약을 감수하고 좀 더 확장해본다면, 이력서가 안 들어오는 것이 우리 치과의 급여가 낮아서만은 아닐 수 있고, 급여를 높이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덴탈잡에서 많은 치과들이, 직원들간의 좋은 분위기, 청소 이모님 여부, 많은 연차일수 등 다양한 조건들을 나열하고 있는 것일 게다.

이런 어필에 대한 치과의사 개개인들의 호불호는 아직도 좀 갈리지만, 이미 치과들은 자신들의 조건을 가다듬으며 구직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또한 구직자 우위의 시장임을 반영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뭐 다들 그러면서 점점 좋은 일자리가 되는거 아니겠나. 

요약하자면, 거시적으로 봤을 때 치과 개원의들은 치과위생사 구인난에 대응하면서 급여 뿐만 아니라 급여 외 조건들에 대해서도 나름의 의지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발생하는 구인난에서 개원의에게 책임이 얼마나 있는 것일까. 그들이 치과위생사의 전문성을 부정하거나 그들의 적정한 급여 수준에 비해 헐값에 후려쳐서 치과위생사들이 치과계에서 이탈한다는 분석이 가능하긴 한 걸까. 

우리에게 이미 예정된 미래인 인구 고령화와 인구절벽을 고려하면 마음이 더 급해진다. 지난해 기준으로 치위생사가 5000명 가량이 국시에 합격하였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 5000명이 바로 그 해 다 치과에 취업할 리도 없거니와, 전국 치과의원의 수가 20년 기준으로 1만 8000여 개소에 달함을 감안하면, 만성적 구조적 인력수급난이 필연적이다. 추후 노령인구의 증가로, 치과의원의 수가 늘어날지언정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문제는 그 치과에서 일할 사람이다. 

특히 10년 후부터는 학령 인구 감소로 대학생 수가 20만명대로 돌입하는데 치과위생사 배출인원 연 5000명을 유지한다면, 그해 입학생의 2%, 여학생의 4% 정도가 치과위생사가 된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직업 구조상 그게 가능한지도, 그게 바람직한지도 필자는 잘 모르겠다. 대학이 통폐합되면서 선발인원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거라고? 그러면 선발인원은 더 줄어들 테니 수급 불균형은 더 심화될 것이다. 

작금의 인력수급 문제를 어떤 직능단체들의 힘겨루기나 밥그릇 싸움으로 접근하면 안될 것 같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치과 산업의 예상 동향과 인구 절벽으로 인한 인력 수급 문제의 부조화로 파생되는 문제가 확정적으로 예정된 상황에서, 정부가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임해서 조율하고 해결하지 않나 싶다.

고급인력이 되버린 치과위생사가 법적으로 독점하는 업무영역들을 다른 라이선스의 누군가에게도 열어준다거나 치과종사자를 양성하는 다른 루트를 마련한다거나하는 등의 다양한 논의가 요구된다. 각 단체들이 밍기적대면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그 와중에 우리 개원의들은 또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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