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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원장의 생각] 내 마음 속의 아이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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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원장의 생각] 내 마음 속의 아이Ⅱ
  • 이효연 원장
  • 승인 2022.02.24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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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호에서 이어집니다.> 

‘나’라고 말할 때에 그 ‘나’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내 마음 속의 아이’와 ‘환상 속의 나’입니다. 환상이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관념 또는 생각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굳이 환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나’는 상황에 따라서 수시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인 나, 아빠·엄마인 나, 아들·딸인 나, 잘 생긴(?)나, 공부를 잘 하는 나…. 등등. 사회적·인간적 관계 또는 생각에 따라서 수많은 ‘나’가 있게 됩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나’ 말고 다른 나가 있지 않나 느껴본 적이 있나요? 왠지 모르는 공허감이 들 때 흔히 이런 생각을 하지요. ‘나는 누구일까?’ 

살다 보면 한 번쯤은 해봤을 이 생각을 자기에게 혼자 질문해 보고, 이런 저런 답으로 나는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지만 아마 공허감은 가시지 않을 겁니다. 그때마다 결론은 정해져 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열심히 살자’ 그리고는 머리 한 번 흔들고 또 일상 생활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그 ‘나’는 사실 실체가 없다고 한 것입니다. 생각 한 번 하는 데 따라서 막 바뀌는 ‘나’를 ‘나’라고 하면 마음 속의 아이가 웃습니다.

환상 속의 나에 대해서 생각이 좀 정리되면 이제 ‘정체성 또는 자아’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정체성, 자아 이런 말을 들으면 답답하고 머리가 절로 무거워집니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는 마음입니다. 바로 내 마음 속의 아이와 환상 속의 나를 섞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둘은 거의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 환상 속의 나를 만든 것이 내 마음 속의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월이 가면서 환상 속의 나는 넓은 세상을 겪어보면서 그때 그때마다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내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폭도 넓어져 갑니다. 그 때쯤 되면 내 마음 속의 아이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사는 일에 바쁘다 보면 아예 기억 속에서 지워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항상 둘은 같이 있습니다. 빙빙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도 환상 속의 나는 늘 내 마음 속의 아이에게로 돌아옵니다. ‘이거 어때?’ 하고 물어보러. 대체로 힘들고 어려울 때입니다. 신나고 즐거울 때는 그냥 정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나는 누구일까?’ 라는 질문은 대부분 공허하거나 쓸쓸할 때 합니다. ‘이거 어때?’ 라는 물음을 받으면 내 마음 속의 아이는 ‘환상 속의 나’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줍니다. 

정체성은 환상 속의 나에 대한 얘기이고 자아는 내 마음 속의 아이에 대한 얘기입니다. 정체성을 잘못 세우면 내 마음 속의 아이가 힘들어합니다. 따라갈 수 없거나 맞지도 않는 나를 만들어 내면 내 마음 속의 아이가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 마음 속의 아이를 편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 속의 아이가 편안한 그 곳에서 비로소 정체성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얘기 하나 할까요?

자존심 상한다고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 누가 화를 내고 있는 건가요? 그 사람한테 자존심만 없었으면 화를 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요. 그 자존심은 언제 만들어진 걸까요? 분명 생글거리던 아기 때에는 없었던 것인데요. 누가 만들어 주었는지 참 고약한 사람입니다. 

이번엔 문제 하나 내보겠습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그 사람한테 ‘당신 누구요?’ 하고 물으면 누가 대답할까요? 내 마음 속의 아이? 아니면 환상 속의 나? 이 둘을 구분해서 느낄 줄 알게 되면 비로소 어른이 됩니다. ‘어른 아이’가 아니라 ‘어른’. 어른이 되면 남의 마음도 볼 줄 알게 됩니다. 내 마음 속의 아이들끼리는 서로 통하거든요.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아니면 기쁠 때에도, 그때마다 한 번씩 물어보세요. ‘난 누구지?’ 그 때 내 마음 속의 아이가 보이면 이제 비로소 어른이 된 것입니다. 그 어려운 ‘자아’도 어렴풋이 느껴지고. ‘어른 아이’와 ‘어른’은 겉은 같아 보여도 속은 정말 다릅니다. 이제부터는 쓸데 없는 환상으로 내 마음 속의 아이를 힘들게 하지 마세요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쉬어 보세요. 배꼽쯤 되는 곳이 살살 간지럽기도 하고 누가 살랑살랑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럼 덩달아 즐거워지고 편안해지더라구요. 

그런데 이건 나만 그런 건가요?

일없이 앉아서 쓸데 없는 생각하고 노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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