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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원장의 디지털 덴티스트리-4 (Ⅰ)] 디지털로 하는 치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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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원장의 디지털 덴티스트리-4 (Ⅰ)] 디지털로 하는 치과 생활
  • 이효연 원장
  • 승인 2021.11.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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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올소 대표/문치과 교정원장 이효연

경제의 기본 원리는 사람들의 니즈(needs)를 아는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 그것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디지털의 근본 속성은 쉽고 빠르고 편하게 잘하는 것으로서 바로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요인 중에 하나만 잘해도 상품으로서 성공하는데, 디지털은 이 네 가지 요소를 모두, 아주 완전하게 갖추고 있다. 더구나 이 기술은 기계와 정보뿐만 아니라 생명과 관계된 분야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것도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새로워지는 모습으로.

치과도 이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치과에서 일어나는 디지털화로의 변화된 또는 변화될 모습을, 머리 아픈 법적인 문제는 제외하고 순전히 기술적 관점에서 재미 삼아 한 번 그려보자.
 
1. 지하철 안에서 김덴탈은 핸드폰 알림을 듣는다. ‘안녕하세요? 에이아이(AI) 치과의원입니다. 혹시 어금니가 아프지 않으신가요? 김덴탈님은 어금니 부위의 치주염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 날짜 중에 선택하세요. 예약해 드리겠습니다’ 김덴탈은 엊그제부터 씹을 때 약간 불편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치과 예약을 했다. 내 일정에 맞춰 예약 날짜도 뽑아주다니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며. 손목의 스마트워치에 내장된 신체 리듬 소프트웨어는 치과 컴퓨터와 연동돼 있어서, 치료 기록과 신체 상태를 빅데이터와 비교 분석하여 이런 안내를 해준 것이다. 김덴탈은 왠지 으쓱한 기분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2. 치과에 들어서자 낭랑한 목소리의 안내가 나온다. “안녕하세요? 김덴탈님. 잠시만 기다리시면 진료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예쁘장한 모습의 덴탈 음성 비서 나리가 나를 진료실로 이끈다. 체어에 비치된 모니터에는 벌써 나의 진료 기록부가 떠있고, 치과의사 이아이(E.A.I)가 김덴탈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중얼중얼 혼자말을 하자 모니터 상에는 나에 대한 차팅이 돼나가고, 곧이어 진단명과 함께 합리적 치료 계획을 추천한다. 이아이 원장님과 모니터 간의 한두 번의 대화(?) 끝에 치료 계획이 정해진다. 음성 비서 나리의 인사를 받으며 치과를 나서면 치료비는 이미 자동결제시스템으로 결제됐고, 치과에서의 보험 청구도 이미 이루어져 있다. 문득 덴컴, 시리, 솔트룩스 등등의 이름이 생각난다.

3. 치료 전에 채득한 CT와 구강 스캔데이터가 체어 앞 모니터에 중첩돼 떠있는데, 김덴탈이 고개를 돌리자 중첩 영상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말을 하니 턱과 혀가 따라서 움직인다. 해골(?)이 따라 움직이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헤드뱅잉(Head Banging)을 해보니 영상도 춤을 춘다. 치과의사 이아이가 웃으면서 말한다. “CT 촬영할 때 두개골의 정위치가 인식되어서 셀라(sella)를 기점으로 한 좌표계가 등록돼 있어요” 무슨 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모니터 상의 저 녀석이 나랑 똑같이 움직인다는 말인 것 같다. ‘그러면 그 3차원 좌표계에 원장님이 아니라 다른 로봇팔을 연동시키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내 잇몸과 치아를 치료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저번에 보니 치료 계획도 같이 세우던데…’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이아이 원장님은 내 생각이 맞다는 뜻인지 싱긋이 웃는다. 설마 내 생각도 읽은 것인가? 
보철 치주 보존 등등의 치료에 치과의사를 보조하는 치위생사 정도가 아니라, 치과의사를 대신할 수 있는 치과AI의사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이건 좀 너무 나간 얘기인 것 같아 씩 웃고 말았다.

4. 하루 일과로 피곤한 김덴탈은 오늘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다. 이것을 알아본 이아이 원장님은 누워있는 김덴탈의 머리에 파마기 같은 둥그런 모자를 씌워준다. 가느다란 솔로 머리를 빗는 것 같은 느낌이 몇 번 들면서 김덴탈은 나른한 편안함을 느낀다. 치료하는 원장님의 손길도 살살 쓰다듬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뇌의 일정 부분을 자극하여 진정시키는 효과라고 한다. ‘나 어렸을 때는 웃음 가스(N2O)였는데 이제는 모자를 쓰네’ 잠깐 이런 생각에 빠진 사이 치료는 끝났다. ‘의식의 신경상관성’이란 말이 이런 걸 얘기하는 것인가 보다.


<디지털 덴티스트리-4 (Ⅱ)는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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