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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금강(錦江), 비단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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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금강(錦江), 비단강아!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1.04.15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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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속사연들, 2021-03, 송선헌>

강(江)도 고독에서 시작했다. 
금강은 하늘에 떠 있는 무주 뜬봉샘에서 없는 듯 태어나 충청도를 지나 결국 군산에서 
바다와 하나 되는 그 길, 천리 비단길이다.
니가 지나가는 곳마다, 2021년 × 10의 시간이 흐른 石도구들이 손처럼 쓰였고 
또 그곳엔 세계 공통의 장례문화, 고인돌(Dolmen)이 서있다. 
너는 나제(신라-백제)통문 같은 치열한 경계의 전장터였고 이제 문명은 밥그릇들을 
늘려 댐이 필요했고, 쉬어가는 향수호수길도 태어났다.
바람과 물길의 풍수(風水)는 니가 북으로 오르니 역모라 여길 때도 있었는데 
모두 핑계 아닌가?
황토현도 있다지만 동학이 갑오년(1894)에 뭉치고 전멸한, 니가 키운 은혜에 보답한다는 보은(報恩)도 있고 너를 따라 6·25땐 지난 간 곳 마다 피를 묻혔고 Partisan들도 
숨어들었다.
고구려에 쫓긴 백제를 키운 어머니였던 너도 역사도 물길처럼 굽이친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망한 게 의자왕 20년(660)인데 곰나루를 지나서 정림사지 석탑과 부여석조의 소정방 낙서는 치욕이고 낙화암의 삼천 궁녀도 소설속의 구라 역사다.
신라는 통일이 아닌 반 토막 난, 제살 파먹기를 했고 보이는 게 논(畓)과 산인 논산(論山) 황산벌의 계백 가묘(假墓)엔 원혼만이 떠돌고 있다.
왕건이 후백제 군사를 전멸시키고 세운 개태사엔 아직도 뼈가 나오고 아무리 역사가 
뒤흔들려도 너는 그저 수달과 자라, 감돌고기, 어름치, 금강모치, 구구리, 돌상어들을 
어미처럼 품고 있다.
나라를 빼앗긴 것은 위정자(爲政者)들의 사악함이 큰데 그래도 민초들은 일제에 항거하니 보복으로 노조가 있었던 강경을 죽이고 군산을 명동처럼 키웠다. 그리하여 길게 목숨처럼 이어져온 너는 곰개나루를 거쳐 끝인 서해에서 6m 조차(潮差) 속으로 들어가며 의식과 
힘을 쌓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 신도시에선 너도 사라지듯이 쌀이며, 그림이며, 도자기며, 동백이며 하물며 와당에서 소반까지 온갖 것들이 현해탄을 울며 건넜다.
지금도 적산가옥(敵産家屋)들은 이질감을 주는데…
헛껍데기들을 보내고 우린 강처럼 합쳐야 고독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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