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님이 지은 『녹색동물』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독특하게 이름을 지었구나 관심을 끌어서 책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제목을 참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식물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동물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광릉요강꽃은 국내 멸종1급 식물입니다. 매년 5월이 되면 요강 혹은 항아리처럼 생긴 볼록한 꽃잎을 가진 꽃이 피어납니다. 꽃중심에 구멍이 뚫려있고 구멍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면 구멍 맞은편에 꽃가루처럼 보이는 노란 반점이 있습니다. 꽃 위쪽엔 또 다른 구멍이 양 옆으로 두 개가 나 있는데 이 구멍 옆에 진짜 꽃가루가 있습니다.
벌이 꽃으로 다가오면 꽃은 벌을 입구로 안내합니다. 벌이 잘 볼 수 있는 꽃잎에 있는 보라색 원이 벌에게 입구라고 알려주는 것입니다. 벌은 입구에서 속에 보이는 노란 반점을 꽃가루라고 보고 의심 없이 안으로 들어갑니다. 꽃 속은 갈수록 좁아지고 벌은 탈출하려고 발버둥 치게 됩니다. 빛이 많이 들어오는 위쪽 구멍을 출구로 생각해서 환한 쪽으로 가고 좁은 출구를 비집고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때 벌은 진짜 꽃가루 덩이를 등에 묻히게 됩니다. 이렇게 묻은 꽃가루는 벌이 암술에 갔을 때 수분이 잘 되도록 합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호주의 12월은 산불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런 지역에서 뿌리내린 식물은 불에 견딜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을 갖춰야 합니다. 그래야 이런 산불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가 있지요. 불이 나면 그라스트리는 스스로 자신을 불태웁니다. 보통 녹색 잎은 불에 잘 타지 않습니다. 잎에 수분을 머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라스트리의 긴 가시처럼 생긴 녹색 잎은 불에 순식간에 타버립니다. 잎에 알콜 성분이 들어 있어서 마른 낙엽처럼 순식간에 타버립니다. 불을 오래 간직하면 식물에겐 위험합니다. 그래서 잎을 빨리 태워 불이 붙어 있는 시간을 줄여야 개체 전체의 죽음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또 다른 방비책도 있습니다. 이 나무는 일종의 방화복을 걸치고 있습니다. 나무의 겉면은 수평 방향으로 비늘이 촘촘하게 박혀 있어서 약 600도의 고온도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중심기둥과 뿌리만 살아남는다면 다시 삶을 도모할 수가 있습니다. 타고 남은 재에서 에틸렌성분의 연기가 퍼지게 되고 이 화학물질이 그라스트리의 성장과 개화를 촉진시키게 됩니다. 죽음을 이겨낸 그라스트리는 맨 먼저 꽃을 피우고 삶을 이어 가게 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를 보면서 공포를 느낍니다. 우리나라에서 몇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하면 우리 지역에서 혹시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찾아 보고, 결국 위축된 사회생활을 하게 됩니다. 밖에서 활동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은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을 처음에는 참고 견뎠지만 시간이 지나면 참기가 어려워집니다. 살짝 방역이 느슨해지면 밖에서 놀아보고 아무 일도 없으면 방역에 대한 주의가 약해지고, 그러다 보면 갑자기 질병이 확산되게 됩니다.
지금은 방역에 대한 피로도가 국민들에게 아주 높아져 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내성적이고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문제가 없겠지만 외향적인 사람에게는 이제 한계에 가까운 스트레스가 쌓여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는 외부 운동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등산이나 산책, 공원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며 하는 운동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식물도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생각지도 못했던 지혜를 발휘해 살고 있습니다. 하물며 인간이 생존과 관련된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그대로 무너져 망하게 될까요? 결국엔 인간이 궁리를 하고 지혜를 모아서 코로나19를 이겨나갈 백신도 개발하고 치료제도 개발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혜롭게 견뎌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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