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칼럼] 당 섭취 제한에 대한 치과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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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칼럼] 당 섭취 제한에 대한 치과적 접근
  • 이유현 원장
  • 승인 2019.10.02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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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는 알고 있다

어제 오랜만에 치과대학 동기들을 만나서 회포를 풀었다. 토요일 저녁식사 메뉴로는 우리의 영원한 친구 삼겹살을 선택했다. 옆 테이블 세 명의 여대생은 두툼한 고기 기름을 구울 때도 잘라내고 먹을 때도 열심히 잘라냈다.

반면 우리 넷은 기름진 고기를 누가 더 먹나 내기하듯 온종일 토요 진료한 후의 허기를 채웠다. 어마어마한 식성으로 대회도 없이 열심히 맛있게 먹었다. 단, 양념장(달달하다. 소금장으로 충분)은 사절, 맥주(소주보다 당이 많다)보다는 소주 및 하이볼(위스키는 달지 않다)과 더불어 된장국과 밥(밥은 목구멍을 넘어가면 당이다)은 서비스로 나오는지라 슬쩍 맛만 봤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우리는 바로 옆 ‘산소 노래방’에 가서 목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며 정치 사회적인 울분과 밥벌이의 고단함을 가무(歌舞)로 풀었다.

신촌의 차 없는 거리를 빠르게 걷다가 약간 아쉬워 스타벅스(2차는 요새 안 간다)로 들어가 아이스 콜드브루(시럽 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아이스 라떼같은 것은 쳐다보지 않는다. 유당도 당이다. 텁텁하다). 옆 테이블엔 바닐라 라떼, 아이스 모카 거기에 치즈케이크까지 가득하지만 먹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정확히 11시에 헤어져 11시 반에 집에 들어와 소아용 착색제와 전동칫솔을 이용해 15분 동안 양치를 실시한 후 정확히 12시에 취침했다. 이것이 나의 ‘자기관리’이다. 약간 별 것 아닌 듯해도 치과의사인 나, 이유현은 ‘다음과 같은 것을 알고 있다’

1. 현대인들은 너무나 많은 당을 섭취하고 있다. 우리 환자들은 가끔 대기실에 들어올 때 흑당버블티를 들고 온다. 나에게 걸리면 큰일 난다. 우리 치과 구호1이 ‘과자는 우리의 적이다’인데 그런 어마어마한 달달이를 먹다니.

존경하는 김종배 교수님의 저서에 설탕으로 인한 충치 메커니즘이 너무나 간결하게 도표로 나와있다. 나는 우리 교정환자들에게 ‘충치균을 말려 죽여야 한다’고 역설하는 바, S. mutans균의 최애식량인 당을 우리 환자들은 더욱 더 줄여야 한다.

2. 우리 넷이 먹은 것은 거의 소위 말하는 Ketogenic Diet에 가깝다. 지방과 단백질을 풍부히 먹어야 고된 진료를 원장 혼자서 책임지며 몸으로 버틸 수 있다. 육체가 강건해야 정신이 맑아져 작은 치과지만 당당하고도 힘차며 유쾌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살 뺀다고 정작 중요한 식사는 샐러드 위주로 깨작깨작 먹고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아 간식으로 달달이 케이크나 달달이 음료를 먹는건, 치과의사답지 않다. 우리는 ‘구강생화학’에서 이미 그런 경우 인슐린 저항성을 쉽게 일으켜 제2형 당뇨로 쉽게 전이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당뇨병 유병률 증가율이 어마어마하다.

3. 충치, 당뇨병도 당을 줄임으로써 예방할 수 있지만 당을 줄임으로써 암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암의 대사적 접근이라고 한다.

암세포 이놈들은 불멸의 삶이 목표이므로 다른 기능 세포소기관은 다 망가져도 증식을 위해 늘 당에 목말라 있다. 암세포는 당이 몸에 들어오자마자 주위 정상 세포들을 무자비하게 억누르면서 모두 흡수한다.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대사해 세포 수 증식을 위한 에너지로 써버린다. 결국 옆의 정상 세포는 말라 죽어버린다.

또한 암세포당대사는 거의 혐기성이라서 주위를 산성화된 쓰레기환경으로 만들어버려(산을 생성하는 충치균의 세포 대사와 매우 유사하다) 숙주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충치균은 산으로 직접 수산화인회석을 녹여서 경조직을 아예 흔적 없이 없애버린다. 무시무시하다). 우리는 식사에서 당을 줄여나가는 간단한 방법으로 충치균과 암세포를 말려 죽일 수 있다. 그러므로 치과에서 식이 지도는 필수이다.

4. 이렇듯 암세포와 충치균의 유사점과 당으로 인한 폐해를 구강미생물학, 구강생화학 공부를 통해서 잘 이해하고 있는 치과의사는 당(설탕)을 악마로 여긴다. 절대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며 내가 사랑하는 환자들이 유혹에 넘어가려 하면 비호(飛虎)같이 달려간다.

더불어 양치는 ‘취침 전 양치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치과의사는 잘 알고 있다. 착색제를 치아에 도포해보면 의외로 그렇게 매일 열심히 관리해도 착색부위가 많다. 최첨단 초음파 전동칫솔로 한 15분 정도 닦아야 구강 내 착색제의 흔적이 말끔히 없어진다.

이렇게 구강관리를 한 후부터는 개업 후 약 10년간 감기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것들을 치과 의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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