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탈아리랑의 예방치과 전문 섹션인 ‘민트’를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분들의 격려와 성원 속에 ‘예방치과’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하여 쉽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였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콩세알의 집필진들은 그저 황송할 따름이었다.
예방치과는 치의학 분야의 한 전문 과목에 불과하지만, 콩세알이 생각하는 예방치과는 새로운 술식 보다는 전반적인 치과 진료의 콘셉트로 확장하고 있다.
임플란트를 잘하고, 교정에 집중하고, 수복을 많이하는 치과도 좋지만 어떤 사람들은 좀 다른 진료를 원하지 않을까? 단순히 어떤 장비를 들여와서 어떤 치료를 하는 것이 새로운 진료가 아니라, 치과의 진료 스타일을 바꿔보는 것을 예방치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문과목으로서의 예방치과 뿐만아니라 치과의 내용을 바꾸는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민트’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예방치과의 진료 자체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시즌1의 마지막 연재라고 할 수 있는 이번호에서는 예방치과라는 ‘치과진료소’를 만들면서 진행했던 일들을 소개하여, 실제 예방치과 진료를 계획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이미 치과의원은 운영하고 계신 경우가 많을텐데, 아무래도 다양한 예방치과의 형태 중에서 콩세알이 지향하는 바와 동일한 생각을 가졌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0. 왜 예방치과인가?
콩세알에서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예방치과를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어요?’ 이에 대한 답은 ‘실제로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예방’을 한다는 것이 예방치과 진료의 몇 가지 항목을 시작할 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치과를 예방 중심으로 운영할 지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치과에서 예방치과 진료를 시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진료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원래 치과대학에서 배웠던대로 치료 중심으로 흐르기 쉽다. 그리고 환자도 예방 진료가 낯설고 비용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피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시스템은 질병 예방과는 완전히 다른 체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 예방치과 진료를 잘 하는 것으로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치과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가 된다.
콩세알튼튼예방치과를 준비하면서 이 치과에서는 기존 치과 진료에 예방진료를 많이 하기보다는, 치과의 전체 시스템을 예방치과 중심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예방중심이라는 말이 알쏭달쏭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인데, ‘예방치과 진료만 하고 나머지 진료는 안하겠다는거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모든 환자에게 거의 무조건 예방 진료를 적용하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일 수 있다.
‘예방치과’라는 공간은 치과진료팀의 내부에게도 진료의 콘셉트를 다잡는 중요한 기회도 되지만, 환자들에게도 이 치과가 어떤 콘셉트를 표방하는지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치과’라는 단어 자체보다는 ‘예방치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이냐가 더 중요했다.
구강질환 예방은 구강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므로 이에 해당하는 모든 진료들이 예방치과에서 하는 진료가 된다고 개념을 잡았다. 그럼 일반적인 치과와 다를게 뭐야?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때 사용되는 방법들이 가급적 수복을 덜하고, 발치를 지연하고, 비침습적이 되는 것이 차별 점이 된다. 이러한 방법들을 도입하는 것은 진료비 체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1. 무엇을 할 것인가?
‘예방치과’라는 치과진료소를 개설한다고 예고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우려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도 그런 우려가 사라지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걱정이 먼저 드는 이유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 것 같다.
예방중심의 진료라는 것은 순전히 치과진료팀의 생각일 뿐, 환자도 이에 동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한다면 따라올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줘야한다. 그래서 콩세알은 ‘예방치과 진료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다.
예방치과 진료 프로그램은 약 10여년 전 강릉대, 단국대, 조선대 치과병원 예방치과에서 시작되었는데 각각 치과병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실행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는 좀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환자가 원하는 것과 예방치과의사가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줄이는 것이었다.
어쩌면 현재 발생한 급한 구강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에도 벅찬 보통의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는 멀게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질병 발생의 위험에 노출되는 치료중심의 치과 진료로는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예방치과 진료프로그램은 치과마다 다르다. 콩세알튼튼예방치과도 진료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 데에만 6개월 이상 투자하여 여러 사람들과 논의하고, 실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행 가능성을 평가했다. 특히 치료 후 유지관리가 아니라 질병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비침습적 치료와 질병 예방 프로세스를 병행하는 과정을 발전시켜나가 ‘예방치과’라는 콘셉트를 지켜나가 기로 했다.
2. 누구와 할 것인가?
예방치과 전문의로서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예방치과 진료만 하고 싶겠지만, 현실은 다양한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예방치과 진료 실무를 주로 교육받은 치과위생사의 직업적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되었기에 예방치과 진료에 능숙한 치과 위생사는 예방치과를 만드는 데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아서, 지금 전국 거의 모든 치과마다 치과위생사를 채용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처럼 콩세알치과도 예외는 아니었다. 치과위생사 입장에서는 전문 직업인으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만, 예방 외 치과진료의 경험 부족이 경력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구인난의 한파를 예방치과라고 피해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치과위생사와 함께 일하면서 특히 직무 영역에서 공유해야할 내용은 바로 진료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다. 실무적인 부분이라면 다른 치과에서, 치위생(학)과 대학 교육 과정에서 적잖이 경험한 내용이지만, 프로그램을 만든 배경을 충분히 알지 못하면 이 진료를 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당위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생소한 진료 과정을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환자도 이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진료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3. 무엇이 필요한가?
예방치과 진료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서 유난스럽게 새로운 장비를 당장 도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진료자가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면 그 때 도입하는 것도 늦지 않다. 만약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새롭게 예방치과 진료를 세팅할 계획이라면 초기에 잘 갖춰진 장비를 보고 흐뭇할 수도 있다.
그리고 좋은 구입 기회가 있다면 오히려 그 기회를 살리는 것이 경제적일수도 있다. 예방치과 전문 진료에 필요한 장비 목록은 덴탈아리랑 245, 249, 253호 민트 섹션에 자세히 소개하였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고가의 장비보다 몇 가지 재료를 구비하면 예방치과 진료를 시작하는 데에 좀 더 도움이 된다. 진료용 칫솔, 치주치료용 큐렛, 불소 도포재, 글라스아이오노머, 불소가 방출되는 복합레진 등은 일반진료와 비침습적인 치료로 많이 활용할 수 있다. 평소에 하던 진료과정부터 예방 지향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균검사와 타액검사를 위한 키트는 어느 정도 프로그램이 결정된 후에 도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검사만을 위한 목적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진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힌 후에 도입해야 유효기간이 지날때까지 재고로 남아 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타액 샘플을 이용하여 세균을 분석하는 서비스도 있으니 자체적으로 검사하기 어 려운 경우에는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예방치과를 전공한 사람 입장에서는 예방치과에서 사용하는 각종 검사 지표와 그 변화들을 진료기록부에 기록하면 환자와 지속적으로 피드백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때 종이로 된 진료기록부를 사용하면 다양한 양식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보관과 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전자진료기록부에 각종 검사 결과 기록, 특히 치면세균막 검사 결과를 입력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한 전자진료기록부 제작 회사에서 콩세알과 협업하여 화면상에서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주었다. 덕분에 검사하면서 바로 터치패널로 입력하고 결과도 즉시 알 수 있어 기대했던 자료 활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4. 어디서 할 것인가?
대부분 치과에서는 여러 대의 유니트체어를 구비하고, 엄격한 감염관리가 필요한 수술실 등을 제외하고는 구역을 나누어 여러가지 진료를 하기 마련이다. 예방치과 진료실이 특별한 감염관리나 시설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진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검사를 할 수도 있다.
콩세알에서는 대부분의 검사를 한번에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예방치과 진료실’이라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여 검사 장비를 세팅하기로 하였다. 물론 ‘예방=검사’의 개념은 아니었지만, 위험요인 탐색이라는 과정도 예방의 중요한 영역이기에 상징적인 의미로 명명하기로 했다. 물론 대부분의 예방술식은 예방치과 진료실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므로 굳이 영역을 지정해서 진료할 필요는 없다.
5. 맺으며
치과라는 공간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깨어있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소중한 공간이다. 또한 환자가 자신의 몸을 맡겨 질병의 고통을 해결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희망을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예방치과 진료소’를 만들어 나가는 일은 지금 시대의 치과의사들이 경험하는 ‘치과만들기’와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초기에 치과의 콘셉트와 이 콘셉트를 진료 형태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오히려 예방치과 진료의 실제를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예방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야기 하지만, 일상적인 진료에 포함되는 예방과 전문진료로서의 예방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소개한 진료시스템은 전문 예방치과 진료에 기준을 맞춘 것이니 일상적인 예방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좀 더 부담없이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지면에 소개되지 않은 온갖 다양한 난관을 극복해 나가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먼저 겪었을 선후배 치과의사들과 함께 일하는 치과진료팀의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존경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