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에 안 맞는다’
조승혜 씨가 치위생학과에 입학 후 느낀 감정이다. 입시를 앞둔 시절 간호과 진학을 목표하던 그는 우연히 치위생학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괜찮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
합격 통보를 받은 조 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했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적성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조 씨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이다.
반수를 해야 하는 고민이 들었지만 학교 공부와 재수 공부를 같이 할 자신이 없었다. 조 씨는 결국 ‘이왕 이렇게 된 거 치과위생사로 끝장을 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스포트라이트 열 번째 주인공 조승혜 씨는 조금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현재 치과위생사에서 치과 경영 컨설턴트로 전향한 인물이다. 치과 임상 경력 12년, 경영 컨설턴트 10년, 도합 22년째 치과인으로 살아가는 치과계 터줏대감이다.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해온 조 씨가 컨설턴트로 진로를 바꾼 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제 한 번 원장님이 ‘승혜야 너는 치과위생사로 지내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을 교육하는 일도 참 잘할 것 같아’라고 했죠”
당시 근무하던 치과에서 원장이 지나가며 툭 하고 던진 말에 조 씨 인생은 달라졌다. 때마침 치과 코디네이터 붐이 일면서 조 씨는 임상 강사로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서강대학원 MBA 과정도 이수하며 인생 제2막을 연다.
결코 쉽지 않았다. 낮에는 치과에서 진료를 하고 밤에는 학원에서 활동하며 불철주야 뛰어왔다. 조 씨는 “지금 쓸 체력을 그때 다 쓴 것 같다”고 웃으면서 “전적으로 응원해주던 원장님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치과위생사라는 배경은 조 씨만의 무기가 됐다. 조 씨는 대부분 한 달 남짓 짧은 기간에 컨설팅을 마치는 여느 컨설턴트와 달리 대부분 2~3년 오랜 기간 컨설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를 치과 직원들은 어머니 같다고 말한다.
조 씨는 직원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일하고 싶은 치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치과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어요. 직원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환자에게 반드시 전달됩니다”
그러면서 치과위생사는 ‘환자에게 가치를 선사해야 하는 존재’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치과위생사는 환자의 구강 환경을 개선시키는 게 주 업무입니다. 단순히 세일즈 마인드로 환자에게 다가가면 안돼요. 환자가 스스로 치료의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그 다음 우리 병원을 선택하게 결정에 도움을 주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