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진료과 바쁜 진료 현장서 놓치기 쉬운 진단·검사 실시
콘텐츠 공유 및 공감대 형성 … 치과 진단·검사법 개발 기여
지난 2016년 3월 11일 치과계에는 최초의 ‘치과검사센터’가 문을 열었다.
서울대치과병원 치과검사센터(센터장 고홍섭)는 서울대치과병원 진료동 1층에서 각 진료과에서 필요한 치과영역의 여러 가지 전문적인 검사를 시행하며,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말하기, 저작, 연하, 교합, 감각 등 여러 기능에 대한 기존 검사를 강화하고, 신의료기술에 따른 검사 항목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진료에 유용한 데이터 생산
이미 각 진료과에서 진료에 필요한 간단한 검사를 하고 있고, 영상의학과나 구강병리과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치과검사센터와 같은 특수센터가 개소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고홍섭 센터장은 ‘치과검사센터가 과연 필요한가’ 이러한 의문을 극복하는 것이 치과검사센터의 첫 목표라고 운을 뗐다.
고 센터장은 “지금 진료현장에서 의료진이 매우 바쁘게 진료를 하고 있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자. 그중 매일 자주하는 검사 항목이 있고, 아주 가끔 하는 검사가 있다. 하지만 어떤 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언제 내원할지는 모른다. 아주 가끔 하는 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내원했을 때 해당 검사를 위한 세팅이 돼있지 않고, 그 검사가 많은 준비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면 바쁜 진료현장에서는 그 검사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치과검사센터가 바로 그런 일을 돕는다”고 말했다.
해당 검사 데이터가 있으면 진료에도 매우 유용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는 것이다.
고 센터장은 “매우 가끔 하는 검사도 매우 숙련되게 할 수 있는 검사자가 있으면 그 검사는 매우 높은 정확도를 나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의료진에게 진료에 더욱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과검사센터가 궁극적으로 치과분야의 진단과 검사방법에 대해 치과계 직역뿐만 아니라 산업체, 국민들이 심도 깊게 생각하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고 센터장은 “치아우식활성검사의 경우 국내 제품이 없다. 국내 기술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치과계의 관심이 떨어지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용한 검사법을 개발하고 더 많은 치과검사센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생산된 콘텐츠를 같은 방향에서 바라보는 공간을 만들어 이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더욱 많은 진단·검사법이 개발되고 산업화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와 구강위생관리교육 어우러져
현재 서울대치과병원 치과검사센터에서는 환자가 각 진료과에 접수해 의료진과 상담을 진행하고, 각 진료과에서 진단 및 치료진행에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 의뢰를 받는다.
의뢰된 검사는 치과검사센터에서 당일 검사를 진행하고, 당일 검사 진행이 어려운 경우, 재진 약속에 맞춰 예약을 잡는다.
치과검사센터에서 현재 가능한 검사는 △치아우식활성검사 △신경간이검사 △악교정 수술 위한 3차원 안면 스캔 진단 △타액분비율검사 △HIV(에이즈)/HCV(C형간염) 검사 등이다.
치아우식활성검사는 다른 사람에 비해 치아우식증이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계속적인 관리에도 불구하고 신생 치아우식증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경우, 국소의치나 가공의치 또는 치열교정장치를 구강 내에 장착한 경우, 치근우식이 우려되는 노인 연령층, 구강암으로 인해 방사선치료를 받는 환자, 구강건조증 환자, 쇼그렌증후군 환자 등을 상대로 이뤄지며, 두 가지 균을 선별 배양할 수 있는 배지에서 48시간 동안 균을 배양해 환자의 우식위험도 결정에 주요한 표지로 사용하고 있다.
치과검사센터는 같은 진료동에 악교정수술센터가 함께 있는 만큼 신경간이검사도 많이 시행하고 있다.
구강 주위의 감각 신경들은 발치, 골절, 임플란트 식립, 악교정수술, 두경부 암종 수술 등의 술식 후 신경 손상을 받을 수 있어 치과검사센터는 신경간이검사를 통해 이러한 신경 손상의 정도를 정량화해 객관적인 기준과 방법으로 파악하고 있다.
타액분비율 검사도 진행한다.
고 센터장은 “입이 마른 환자가 내원할 때 구강내과에 리퍼하면 되지만 침 분비 결과만 알고 싶은 경우 치과검사센터에 의뢰하면 타액분비율검사로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타액은 치아와 뺨과 혀 등의 구강 내 점막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특히 타액의 분비량과 점조도는 자정작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타액 분비율이 감소하면 치아우식증이 더 쉽게 발생하며, 그 외에도 곰팡이균의 감염 및 혀가 갈라지는 균열설 등 구강점막 질환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과검사센터에서는 타액 분비량의 측정 시 일반적으로 안정 상태에서 분비되는 비자극성 타액분비량과 일정한 자극을 줄 때 분비되는 자극성 타액분비량을 별도로 측정해 평가한다.
또한 치과검사센터에서는 구강점막을 훑어서 20분 만에 빠르게 검사결과를 알아볼 수 있는 HIV와 HCV 항체 검사도 시행하고 있으며, 치아우식활성검사를 통해 치아우식이 많이 생길 확률을 가진 소아나 구강암으로 인해 방사선치료를 받는 환자, 구강건조증 환자, 쇼그렌증후군 환자 등을 상대로 구강위생교육, 불소도포도 시행하고 있다.
쇼그렌증후군은 만성자가면역성질환 중 하나로 인체 면역시스템이 스스로에게 불리하게 작동, 침샘이나 눈물샘과 같은 외분비샘 조직을 모종의 염증세포들이 공격해 염증을 일으켜 음식물을 물 없이는 삼킬 수 없을 정도의 병적인 구강 건조증을 경험하게 된다.
쇼그렌증후군 환자에게는 타액 분비가 아주 적은 만큼 치아 우식도 적어져 치아우식활성검사와 구강위생교육도 필요하다.
고 센터장은 “치아우식활성검사를 통해 식이습관, 구강위생관리능력, 치아조건, 타액조건 등을 검사하고 수치로 정량화돼 나온다. 지난해부터 치아우식을 일으키는 세균이 많은 환자들에게는 불소도포도 시행하고 있다. 진료현장에서 불소도포는 진료의 후순위로 밀릴 수 있어 치과검사센터에서 검사를 받고 정기적으로 불소도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1년에 2~3번 불소도포를 시행하고 구강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검사 협조도 원활해
환자의 검사 협조도 매우 원활한 편이다.
치아우식활성검사 대상자가 충치가 많은 아이,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 쇼그렌증후군 환자 등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충치가 많은 아이를 가진 부모가 “우리 아이는 원래 충치가 많은 체질인가요?”라고 묻는 말에 답을 하려면 그 검사가 필요하다고 답만 하면 된다.
나머지 두 대상자는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설득해서라도 검사해야 할 사람들이다. 암으로 인해 방사선 진료를 받은 사람들은 급격히 증가한 충치 개수에 놀란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졌었기 때문에 그 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고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환자는 대부분 공감한다.
고 센터장은 “검사 비용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좋은 검사법이 없어서 환자의 질문이나 증상에 답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예를 들면 환자의 교합을 체크하면 잘 맞는 것 같은데 환자가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할 때가 있다. 환자의 물음에 답할 검사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거나 환자가 가진 문제에 충분히 답할 정도로 정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현재의 과학이 답을 못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개발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예견 가능한 진료 방향 찾기
고 센터장은 치과검사센터의 검사항목을 1년에 1개, 적으면 3년에 1개씩이라도 늘려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미각검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고홍섭 센터장은 “고령사회의 그늘인 치매의 전조 증상 중 하나는 후각 저하다. 후각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 냄새를 못 맡는다면 뇌 기능의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고, 이를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 입맛이 바뀌거나 미각을 잘 못 느낄 때도 의심해봐야 한다. 미각은 후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물이 혀에 닿는 순간 그 맛이 혀를 자극하게 되는데 이 자극이 뇌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맛을 느낀다.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뇌에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뇌 기능의 저하까지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미각 검사를 위해 신뢰할만한 검사 도구를 여러 문헌과 인터넷 서치를 통해 찾고, 찾은 검사 도구에 대해 신뢰성을 검사했다.
타당도가 확보됐으면 해당 검사 도구를 수입해야 하는데 이를 수입할 에이전트를 찾아야지만 주문을 할 수 있고,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가 이러한 노력을 쏟으면서까지 미각검사를 실시하려는 이유는 고령 사회 속 국민과 국가의 부담을 줄이고, 개개인에 맞는 치과진료 계획 수립, 예견할 수 있는 치과진료의 방향을 만들기 위해서다.
고 센터장은 “정부에서 치매질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면 전체적인 의료비용을 줄일수 있기 때문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진단을 통해 환자가 치매질환을 앓는 전체 기간 중 경도인지장애 기간은 늘리고 주요 신경인지장애 기간을 단축시켜야 국가 부담과 가족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며 “구강악안면도 마찬가지이다. 조기에 증상을 발견하고,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개개인에 맞는 진료계획을 수립하고, 예견할 수 있는 진료의 방향을 만드는 것이 진단·검사”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치과에 많은 진단·검사 항목들이 있다. 그 검사 항목에 대해 타당도 조사를 하거나 검사들을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 스타트업 기업, 업체, 사람들과 함께 같이 연구하거나 새로운 검사 도구를 개발하고 싶다”면서 “좋은 검사도구가 개발된다면 신의료기술을 신청해 새로운 검사 항목이 등재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