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잘 모르겠는데 와이프가 입냄새가 난다고 치과에 가보래요”, “입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이를 자주 닦아요” 치과를 찾는 구취환자들은 본인의 상태를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많은 경우에 여기서부터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오히려 입냄새에 대해 표면적으로 불만을 호소하지 않는 환자가 구취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환자들은 주소는 드러내지 않은 채 진료실에 들어와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조심스럽게 본인의 고민을 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나의 치과에서는 이런 구취증 환자를 위한 프로토콜을 갖추고 있다. ‘덴탈스파링97’은 구취증 환자를 위한 구취조절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2013년 일본 혼다치과연수 후에 예방치과를 중심으로 하는 치과진료실을 꾸리면서 완성했다. 모든 이론적 배경은 EBAC(Excellent Breath Alliance Clinics)의 교육내용에서 가져왔고, 한국에서는 고문사의 ‘구취관리학(2014)’을 참고했다.
덴탈스파링97은 총 6단계로 구성된다.
1. 식생활일지, 문진표 작성
환자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동의를 명확히 하면, 식생활 일지가 포함된 7일간의 생활기록부를 제공한다. 이 생활일지에는 아침 기상시각, 저녁 취침시각이 기록된다. 또한 정식과 간식시간에 섭취한 음식물의 내용, 용량뿐만 아니라 마시는 것(술, 차, 물 포함)의 양과 빈도 및 섭취시각을 기록한다. 그리고 생활 가운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취의 자각정도, 타인의 태도, 환자 본인이 불안해 하는 내용을 작성하도록 안내한다. 이 생활기록부는 적어도 2주간의 시간을 주어서 충분한 자료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예약 당일 환자는 작성한 생활기록부를 구취진료실에 제출한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 체어에 앉으면 치과의사는 준비된 문진표를 기초로 직접 문진을 시작한다. 이 문진과정은 환자가 생각하는 바를 치과의사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문진표는 환자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 구취진료 경험, 구취에 대한 의식이나 치료 경험, 칫솔질 습관, 환자의 과거병력 및 습관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은 구취증의 원인을 찾는 과정인 동시에 환자를 파악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2. 각종 검사
구취증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써의 중요성도 있지만 환자가 검사 과정을 거치면서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효과도 있다. 기존에는 구취증 치료를 위해 진단을 할 때 흔히 구취가스 측정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구취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가스의 측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내원한 당일에 하는 검사는 다음과 같다<표1>.
2-1. 구취의 객관적 측정
가스의 측정은 구강 내 가스, 호기 시 가스, 비강가스를 기계적으로 측정하고, 관능검사(organoleptic test)을 하는 것이다. 기계적 측정은 측정기기의 특성에 따라 측정 결과의 의미와 측정범위가 다르다<표2>.
흔히 휘발성 유황화합물의 측정을 위해 덴탈스파링97에서는 오랄크로마(oral chroma)를 이용한다. 오랄크로마는 일본 FIS사에서 제조한 가스농도측정기로서 황화수소, 메틸머캅탄, 디메틸설파이드 3개 가스만을 측정하고, 각각의 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간이 크로마토그라피 방식에 의해 고도로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며 결과는 Ng/10ml 또는 ppb 단위로 농도 표시가 된다. 장점으로는 별도의 Carrier gas가 필요 없고,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단시간에 가동(20분 이내) 되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별도의 컴퓨터가 필요한 것과 유지점검을 위해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관능검사는 치과의사가 직접 냄새를 맡는 것이다. 혼다식 관능검사법은 다음과 같다.
1) 구강 내 취기(구강 내 유래 구취)의 측정- 3분간 폐구하고 코로 숨을 쉬게 한 후 3분 후에 개구하게 하고, 술자의 코를 가까이 대어 구강 내 가스를 흡인해서 냄새의 종류와 세기를 판정한다.
2) 호기 시 취기(호흡기 유래 구취)의 측정- 환자에게 개구하게 하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숨을 토하게 한다. 이때, 술자 코를 수직방향으로 접근해 가며 냄새를 맡아 구취를 인지할 수 있는 거리를 측정한다.
3) 비취 측정- 측정하고자 하는 비강 반대측의 비강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호흡을 시켜, 그 냄새를 구취 측정 시와 같이 강도, 인지거리, 냄새의 종류를 판정한다.
관능검사의 결과는 냄새의 종류, 냄새의 강도, 인지거리로 분리해 설명한다. 관능검사는 ①문진 등으로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없었던 환자의 자각적 구취, 긴장 시 구취를 술자가 알 수 있다 ② 통상적인 대화 등의 과정에서 인식하는 객관적 구취를 관능적으로 알 수 있다 ③ 구강 내 가스, 호기 가스, 혼합 가스의 냄새를 판별할 수 있다 ④ 관련취(체취, 머리냄새 등)와의 감별이 가능하다는데 의의가 있다.
2-2. 구강검사
구강검사의 목적은 병적구취와 직결되는 치과적인 질환 혹은 문제에 대한 정밀검사이다. 치아우식증, 치주질환 평가뿐만 아니라 PHP와 같은 치면세균막 관리 수준에 대한 것도 포함된다.
2-3. 타액관련검사
타액관련검사는 분비량, pH, 탁도, 색조, 침전, 타액냄새로 나누어 진행한다. 이것은 구취의 요인을 파악하기 위함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표3>.
2-4. 구강 내 건조도 검사
구강 내 건조도 검사는 Mucus와 같은 구강 내 점막 습도 측정기를 이용한다. 보통은 혀점막의 평상시 습도를 측정, 평가하는 것인데 안정시 타액 분비량 측정치와 연관성이 있다.
2-5. 구강 외 검사
구강 외 검사로써 혀와 인후부를 평가한다. 건강한 혀는 담홍색, 설태 색은 옅은 백태로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고 건강하다. 설표면 점막에 존재하는 설유두가 존재하고, 나이가 들면서 하얀 정도가 증가하며, 설유두의 길이에 개인차가 존재한다. 구강내의 건조상태에 의해 더욱 희게 보이기도 하고 까칠까칠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대개 백태의 중앙에 점점이 붉은 미뢰 세포가 관찰된다면 정상인 경우가 많다. 보통은 환자가 건강한 혀의 상태를 떠올릴 수 없기 때문에 혀 진단 Atlas를 같이 보면서 설명한다. 또한 혀 측면의 치흔, 협점막 상태로 평상시 환자의 긴장도를 평가할 수 있다. 인후부 평가는 구취 환자 중 많은 경우에서 혀의 위치 이상을 초래하는 습관 및 만성 비염 등의 이비인후과적 질환의 결과로 후비루와 농전 등이 인후부에 축적되는 경우가 있다. 후비루와 농전이 축적되어 있는 환자가 숨을 쉬면 이로 인한 구취가 본인 및 가까이 있는 제3자가 느낄 정도로 발생할 수 있다.
3. 확정진단
앞의 식생활 기록부, 문진 결과, 각종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취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원인 인자와 요인을 찾아낸다.
이 과정은 진단차트로 정리가 되는데, 진단차트를 작성하는 것은 덴탈스파링97의 핵심 과정이고, 구취증 치료의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화살표, 등호로써 표기하는데, 구취 발생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한 치료를 할 수 있다. 진단차트의 작성은 일괄적으로 진행했던 것이 아니라 앞서 진행하였던 다양한 검사 결과를 환자와 함께 일일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진행한다. 환자는 이 과정을 통해 본인이 가졌던 구취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따라서 진단차트의 작성은 구취치료의 성공 열쇠라고 할 수 있다.
4. 치료
구취증 치료의 3원칙은 ‘근본치료’, ‘무취화’, ‘감각개선’이다. 진단차트에서 한 개의 화살표에 대해 이 3원칙이 동시에 적용된다. 근본치료는 크게 병적구취와 생리적 구취로 분류하고, 병적구취는 원인질환의 치료를, 생리적구취는 자가조절법을 지도 한다. 무취화가 많은 경우 ClO2 처방을 한다. 감각개선은 구강건조감, 불쾌한 미각 등을 개선해야 한다.
5. 재평가
3원칙에 입각한 치료를 진행한 후 Honda protocol에서 제시한 대로 3주 후에 재평가를 실시한다. 3주라는 시간간격은 이보다 짧은 간격이면 재평가 효과를 판정하기 어렵고, 간격이 너무 길면 술자-환자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6. 정기적 관리
환자의 구취에 대한 불안이 해소된다면 정기적 관리 단계로 넘어간다. 객관적으로는 관능검사에서 무취가 확인되고, 사용하는 가스측정기의 모든 수치가 측정도 이하의 수치에 도달하는 것이지만 최종적으로는 환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에는 통상적인 기준으로 관리주기를 결정해 환자들이 치과에 방문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덴탈스파링97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각 단계별로 다양한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제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생리적 구취증 환자인 내가 일본 연수 과정을 통해 불안이 해소되는 것을 경험하고, 구취증 환자와 동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환자의 구취증 치료를 위해 다음달에도 오사카행 비행기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