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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 양심치과? 알고 보면 오진 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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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 양심치과? 알고 보면 오진 치과
  • 김기영 원장
  • 승인 2017.07.27 09:2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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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마이다스치과) 원장

잇몸 염증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가 잇몸이 괜찮아지자 충치가 있나 봐달라고 한다. 나는 먼저 눈으로 구강 내를 관찰하고 방사선 사진을 찍어 본다. 언제 치료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아말감 충전물들 주변에 까맣게 틈이 생겼고 크라운 몇 개는 경계 부위가 잘 맞지 않아 음식물이 끼어 있었다. 이 부위는 머지않아 또 잇몸 염증이 생길 것 같다. 작은 어금니 치아 사이사이에 조그만 충치가 보일 듯 말 듯 했는데 방사선 사진을 보니 뿌리 끝에 뼈가 녹은 부위가 있다. 신경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해야겠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환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이 치료들을 다 하려면 200만 원 정도 들 것 같다. 지금 당장 불편한 건 없다고 한다. 이제 충치 검진의 결과와 나의 소견에 대해 말할 차례.

일단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모든 걸 말한다. 그리고 치료시기가 너무 늦어졌을 때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에 대해 추천한다. 다만 경제적 부담으로 모두 한꺼번에 치료받을 수 없을 경우에 추천되는 치료 순서를 말한다. 고민하다가 권장 순서대로 치료를 받기로 하고 예약을 잡고 갔다.

예약 때 오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아 무슨 중요한 일이 있나 보다 했다.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다시 내원했다. 처음 왔을 때와 비슷하게 잇몸에서 피가 나고 부어서 내원했다.

잇몸 치료를 하고 나니 예약 때 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한다. 양심치과라는 곳에 찾아갔더니 아말감 몇 개를 새로 교체하고 다른 것은 지켜보라고 하면서 과잉진료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치과를 좀 더 알아보고 대학병원에도 가보라고 했단다. 그래서 다 가봤는데 조금씩 얘기가 달라 헷갈려서 그냥 있다가 잇몸이 부어서 다시 왔다고 한다.

양심치과와 과잉진료에 대한 이슈는 치과의사들에게나 대중들에게나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가 매우 조심스럽지만 이러한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조장되며, 진료가 왜곡되고, 환자들의 오해가 커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증가하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위의 예시에서(이것은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보는 바와 같이 대다수 치과의사들의 표준 진단 과정을 거쳐 도출된 적절한 진단과 합리적인 치료 계획은 ‘양심’ 프레임에 의해 왜곡되어 환자들에게 ‘과잉 진단’ 혹은 ‘과잉진료’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은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앞으로 치과를 이용하게 될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의 치과에 대한 인식 문제로 가벼운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치과계는 ‘양심적 내부 고발자의 공격’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 묵묵부답인 현실이다.
 


과잉진료를 논함에 있어서 왜 유독 치과에서 이슈가 되었는가 하면 아마 ‘충치’ 때문일 것이다. 치과마다 개수가 다르고 치료 방법도 다르고 견적도 다르니 그럴 만도 하다.

따라서 충치에 대한 치료비용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다면 과잉진료를 의심해 보는 것은 타당할 것이다. ‘혹시 충치도 아닌데 치료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그런 치과의사가 있을까?’ 충치가 전혀 없는데 충치라고 속이고 치료를 권하는 치과의사 말이다.

‘양심치과’에서 말하는 과잉진료를 하는 치과의사는 분명히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단언컨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잉진료가 왜 많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실제로 과잉진료라기보다는 과잉진료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양심치과’의 의료인이 정확한 진단을 하지 않고 육안으로만 검사한 뒤 진단이 되지 않는 부분은 과잉진료가 의심된다고 한다면 적절한 진료나 정확한 진단도 과잉진료라고 느껴질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치과들은 너도나도 서로 양심치과라고 주장하며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홍보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마치 결혼정보회사에서 신랑감을 추천할 때 ‘이 남자는 여자를 때리지 않아요’라고 홍보하는 것과 같다.

얼마나 더 스스로 수준 이하의 집단임을 자백해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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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2020-04-26 22:24:07
아니 뗀 굴둑에 연기 나랴~

류모군 2018-01-03 06:10:17
말씀하시는 의중에 일정 부분 동의하나 예시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예로 든 환자분은 만성치주염 환자분 같은데, 치주질환에 대한 치료 후에는 사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다수의 만성치주염 환자분들은 올바르지 않은 습관으로 인한 재발생율이 높습니다. 따라서 재발생의 원인이 불분명한 케이스를 양심치과나 오진치과를 설명하는 예시로 쓰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쥬뗌 2017-07-28 13:37:10
맞습니다. 의료인은 의료인으로써 알려줘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재료에대한 설명도 해줘야하구요. 이런 설명후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요.. 양심치과 운운하는 강창용원장님처럼 최소진료만이 무조건 양심진료는 아닐텐데. 마치 그것이 진리인양 떠들어대니.. 안타깝고, 환자들이 저희 의료인들을 신뢰하지 않는데에 대해 정말 억울하고분통이 터지네요.

독자 2017-07-28 10:23:09
자기 가족을 치료한다는 기준으로 본다면
과잉진료가 확실히 더 많지요......
궂이 안해도 될 치료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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